1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국고채(3년) 금리는 2.541%로 5년과 10년 만기는 각각 2.623%, 2.676%로 집계됐다. 지난 9일 국고채 3년 금리는 연 2.579%에 장을 마치면서 다시 2.5%대로 내려왔다. 10년물 금리는 연 2.677%로 6.7bp 하락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5.4bp, 3.5bp 하락해 연 2.579%, 연 2.635%에 마감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금리는 계엄령 직후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반영하면서 약세를 보였으나 이후로는 강세와 약세를 오가며 금리 수준을 탐색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최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등 강력한 시장안정 조치를 예고해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채권금리 방향은 국정 혼란을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와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국내 크레딧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며 "금융당국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강력한 시장안정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리면서 2%대 중반에서 움직이는 등 하향 안정화된 모습"이라며 "주식·외환시장과 비교했을 때 채권시장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치 불확실성에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가 줄어들 우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회사채 2412억원이 순상환됐다. 이 기간 회사채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다는 뜻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며 시장에 훈풍이 불었으나 일찌감치 투자를 중단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최근 ABL생명(후순위채)과 효성화학은 각각 1000억원, 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했지만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아 전액 매각이 불발됐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금리 비우량 회사채 수요가 많았는데 이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며 "채권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했다.
국가신용등급 안정적 평가… 경제성장 침체 우려 발목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위기에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S&P사는 'AA', 무디스사는 'Aa2'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가결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안심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2월호'에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진단이 (민간과 달리) 기대치까지 다소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탄핵 정국에 접어들고 뒤늦게 경제진단 기조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후 한국의 경제성장은 안심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펴낸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에서 "2004년(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중국 경기 호황, 2016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내년 한국은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란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탄핵 후 달라지는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2일 일본 재무장관과의 화상 면담을 갖고 한국 정부의 시장 안정 노력을 설명했다는 점을 회의에 공유했고 기재부는 한-캐나다 경제안보포럼을 통해 정부의 입장 등을 전했다. 또 외투기업 간담회를 통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면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시장안정 조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