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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으로 강남아파트 6채 임대사업… 국세청, 세무검증 칼 빼들었다

입력: 2001- 01- 01- 오전 09:00
회삿돈으로 강남아파트 6채 임대사업… 국세청, 세무검증 칼 빼들었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16일 서울 강남권 중개업소는 방문과 문의가 끊겨 한산했다. 중개업소가 밀집한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모습. 연합뉴스

국세청이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다주택자와 고액 임대소득자에 대해 집중적인 세무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 조치다. 과세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국세청까지 가세해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양상이다.

국세청은 16일 고액의 주택 임대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고가·다주택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현미경 검증을 시작했다. 이번 1차 검증 대상은 탈루 혐의가 높은 1500여 명으로, 2주택 이상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임대소득자도 다수 포함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보다 대상자를 50% 이상 확대했고 검증 강도도 훨씬 셀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정보 실시간 파악

이번 검증 대상 선정에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의 행정 자료를 기반으로 구축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이 처음 활용됐다. 이 시스템에선 주택임대 현황과 임대소득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엔 전·월세 확정일자, 월세 세액공제 등에만 주로 의지해야 했지만 지금은 납세자들의 임대차 정보를 대부분 알 수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번엔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 월세 수입액을 적게 신고한 고액 월세 임대인이 다수 포함됐다. 외국인 주재원을 상대로 고액 월세를 받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 전면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과세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국토부가 이달부터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을 본격 가동함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면밀한 세무 검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혐의가 크다고 판단되면 정식 세무조사로 전환해 탈루액을 추징할 방침이다. 별도로 임대사업 세제 혜택을 악용한 투기세력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택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원의 전세권·임차권등기 등 과세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 임대소득 자료도 확대하기로 했다.

○회삿돈 빼돌려 주택임대 놓기도

국세청이 이날 일부 공개한 주택임대소득 탈루 사례를 보면 친인척 명의를 활용한 탈세 사례가 특히 많았다. 집중적인 세무 조사의 타깃이 되는 걸 피하려는 의도다.

주택 임대사업자인 A씨는 전국의 아파트를 하나둘 매입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60여 채를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를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인척 명의로 등록했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아파트값이 많이 뛴 일부는 매도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인테리어 사업자를 통해 건물수리비 등을 허위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도 줄였다. 국세청은 최근 A씨가 그동안 누락한 임대수입 약 7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추징했다.

무역업체 대표 B씨는 수출대금을 개인계좌로 수취하거나 가공인건비를 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렸다. 편취한 회삿돈으로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 아파트 6채를 사들였다. 아파트를 산 자금의 원천이 은밀히 빼낸 법인소득이란 점이 마음에 걸려 월세 소득조차 신고하지 않았다. 월세 약 6억원을 친인척 명의 계좌로 받았지만 결국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외국인이 고액의 월세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월세를 내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월세 세액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숨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많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서울 이태원동에 고급빌라 17채를 보유한 한 외국인 임대사업자는 이런 점을 노려 외국인 주재원 등에게서 받은 고액 월세 총 7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이번 국세청의 집중 검증 대상에 올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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