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①보령, 제약 빼고 ‘우주&헬스케어’ 더하고

[인포스탁데일리=조용탁 전문기자]

보령이 과감하게 차세대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2022년 1월 사명에서 제약을 빼고, 그룹 이름을 ‘보령’으로 변경했다. 보령이 도전하는 새로운 분야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이다.

보령의 우주 산업 진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저변을 넓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우주정거장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와의 파트너십이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보령-액시엄 스페이스 JV 설립 계약 체결식.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그룹

보령은 2022년 ‘케어인스페이스(Care In Space)’ 챌린지를 시작한다. 국내 유망 우주 스타트업 6곳에 각각 10만 달러씩 투자하는 행사다. 2023년에는 명칭을 휴먼인스페이스(Humans In Space)로 바꾸며 미국 최대 우주산업 콘퍼런스인 ASCEND에서 대회를 열었다.

보령의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액시엄스페이스와의 협력이다. 이들의 우주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보령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금 액시엄의 사업은 순항 중이다. 미국 NASA의 핵심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 중이고,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형 투자도 유치해냈다.

액시엄의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운영 중이다. 1998년부터 활동해 온 세계 최대우주실험실이다. 2008년 한국 우주인 이소연씨가 11일간 방문했던 장소다. ISS는 6년 후 퇴역한다. 설비 노후화가 극심해서다. 올해도 정거장 내부 침수가 있었고, 운영 중인 배터리가 파손되며 지구로 추락해 미국 민가에 피해를 입힌 사건도 발생했다.

미국은 차세대 우주정거장 건설을 민간 주도로 진행 중이다. 2019년 NASA가 우주정거장 계획을 밝히자 12개 기업이 지원했다. 보잉 (NYSE:BA), 노스럽 그러먼, 록히드 마틴, 보이저, 에어버스,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같은 쟁쟁한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가운데 지금은 두 곳의 대형 컨소시엄이 NASA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보이저와 에어버스, 록히드 마틴이 이끌고 있는 스타랩 그리고 블루오리진과 보잉, 시에라 스페이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온 NASA는 올해 1월에도 블루오리진에 4200만 달러, 보이저 팀에 575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와 별개로 NASA는 넥스트스텝(NextSTEP)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유망 우주 스타트업을 키워 우주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계획이다.

미국의 액시엄스페이스가 준비 중인 우주정거장의 이미지. 사진=보령그룹

넥스트스텝의 선두 주자가 보령의 파트너인 ‘액시엄’이다.

이곳은 NASA의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관리했던 마이클 서프레디니가 2016년 벤처투자자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NASA는 지금까지 3번의 우주 정거장 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모두 액시엄이 계약을 얻어냈다. 8월에 진행하는 4번째 미션도 액시엄이 진행한다. 모두 6번 진행하는 NASA 프로젝트에서 이미 4번이나 계약을 따낸 것이다. 기술력에 대한 평가도 높고, 자금 사정도 좋다. 지난해 투자기관으로부터 3억5000만 달러의 펀딩도 유치했다.

2026년까지 액시엄은 우주정거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보령의 투자가 결실을 보는 시점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보령은 액시엄 우주정거장에서 한국 사업 독점권과 아시아태평양 사업권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주요 연구 기관과 대학,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이 생기는 셈이다.

보령은 2022년 2월 액시엄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0.4%를 취득했고, 2023년 12월에 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지분율을 2.7%로 높였다.

보령은 지구 저궤도에서 액시엄의 기술과 우주정거장 인프라를 활용한 모든 사업의 국내 독점권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업 우선권을 갖는다. 관련 사업을 맡을 회사가 1월에 설립한 ‘브렉스 스페이스’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정거장 내 연구·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모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규모 우주산업 콘퍼런스 ASCEND 오프닝 세션에서 김정균 보령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보령그룹

앞으로 관건은 두 가지다. 액시엄의 우주정거장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혹은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운영 시점에 변화가 오는지다. 다음은 앞으로 보령이 우주정거장을 통해 어떤 수익 모델을 제시하느냐다. 액시엄이 정거장을 정상 운행한다면 보령의 수익 사업 진행에도 문제가 없다.

미국 기업들이 우주정거장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20년 전에 비해 우주선 발사 비용이 5% 수준으로 낮아지며 우주 접근성이 향상됐다. 우주정거장이 활동하는 지구 저궤도는 중력이 거의 없어 연구에 유리하다. 우주에서 양성한 단백질, 줄기세포, 미생물은 지구보다 규칙적이고 균일한 구성과 결정을 가지고 있다. 무중력을 이용한 바이오제약 산업과 소재 실험이 각광받고 있다.

3월 일라이릴리는 우주 실험을 알렸고, 화이자 (NYSE:PFE),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머크 (NYSE:MRK)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왔다. 여기에 위성 기반 통신 사업과 위성 관리, 달과 화성의 유인 탐사를 위한 실험실과 전초기지 역할도 한다. 우주와 관련된 사업의 중심지인 셈이다.

새로 설립된 우주청과의 협력도 보령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지금 한국의 우주 프로젝트를 보면 발사체와 인공위성, 지상 관제소 사업 분야에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은 보령뿐이다. 3월,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4대 우주 계획 가운데엔 ‘우주정거장 활용’이 들어 있었다. 정부와 보령 간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령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물론 주요 기업들과의 우주 협력을 강화하며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의 도전이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지, 업계의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용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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