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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 최신 5세대 제품인 'HBM3E'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KS:000660), 미국 마이크론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HBM은 지난해 침체했던 D램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은 구세주다.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데, 양강을 이루는 삼성전자는 물론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의 추격세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업계 최초로 24GB(기가바이트) 용량의 8H(8단 적층) HBM3E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 예상외로 선수를 가져갔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1월 초기 양산을 시작했고, 조만간 고객사 인증을 마친 뒤 이르면 3월 대량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KS:005930)는 이날 업계 최대 용량과 성능을 갖춘 '36GB HBM3E 12H' D램 개발을 공개하며 응수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양산하는 '8단' HBM3E보다 앞선 '12단' 제품이다. 이미 샘플은 고객사에 제공했고, 올해 상반기 양산 예정이다.
업계에선 개발 속도보다는 엔비디아 (NASDAQ:NVDA), AMD와 같은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들을 얼마나 고객사로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은 10%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이번 HBM3E 양산 소식을 발표하면서 "올해 2분기 출하를 시작하는 엔비디아 'H200'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공급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대규모 4세대 HBM3 공급 등을 통해 맺어온 협력관계를 감안하면 5세대 제품에서도 엔비디아에 상당한 제품을 납품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들의 HBM3E 시장 진입에도 공급자 프리미엄 효과로 인해 올해도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의 유의미한 격차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세대 제품 기술력에선, 삼성전자가 다소 앞선 듯 보이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12단' HBM3E 개발을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어서 격차는 빨리 좁혀질 수 있다.
'HBM 삼국지'의 또 다른 변수는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다. 엔비디아는 AI 칩의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을 TSMC에 보내면 TSMC가 GPU에 HBM을 결합하는 패키징 과정을 수행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
삼성이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해도 패키징은 삼성전자가 아닌 TSMC가 한다. 일각에선 TSMC가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메모리 제품을 패키징하는 작업이 어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HBM 같은 메모리 제품의 납품 이후 영역은 엔비디아의 몫이다. 성능이 뒷받침되면 삼성 제품을 받지 않을 이유도 없고 엔비디아가 원하면 TSMC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양산 시점을 밝힌 만큼 고객사 확보 역시 긍정적인 수준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