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사령탑을 11번 연임하며 금융투자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경신해온 유상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회사를 국내 최고 증권사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유 사장 후임으로는 정일문 증권 부사장(개인고객그룹장)이 내정됐다. 오너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주원 지주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이강행 지주 부사장이 신임 지주 사장으로 내정됐다.
유 사장 “웃으면서 내려올 최적기”
23일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진의 승진을 결정했다. 유 사장은 12년에 걸친 한국투자증권 CEO직을 내려놓고 부회장을 맡게 된다.
그는 대우증권, 메리츠증권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한국투자증권 전신)에 합류, 홀세일본부장과 기획총괄 부사장을 거쳐 2007년 최연소(47세) CEO 기록을 세우며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우증권 런던법인 시절 한국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런던 금융가에서 ‘전설의 제임스’(유 사장 영문명)로 불릴 정도로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유 사장이 이끄는 동안 한국투자증권은 거의 매년 순이익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AM),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 관련 투자금융, 법인영업,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등 전 분야에서 고르게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초대형 IB로 발돋움한 지난해 11월엔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 활동을 시작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올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1988년 증권업계에 입문해 행복한 30년을 보냈다”며 “CEO 취임 후 138개 기업을 상장시켜 기업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고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많은 신입직원을 채용해온 점 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증권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2011년부터 사장을 맡아온 김주원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동원증권 시절부터 김 부회장과 동고동락한 그는 오너 최측근의 한 명으로 통한다.
지주 이강행, 증권 정일문 체제로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좋은 인재를 오래 등용한다’는 철학에 따라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올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사장단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강행 지주 사장 내정자는 증권에서 자산운용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그룹장 등을 거쳐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6년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지주 핵심 자회사인 증권업무에 정통하고 지주 살림살이를 총괄한 ‘기획통’으로 꼽힌다.
정일문 증권 사장 내정자는 IB 전문가다.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올해로 증권맨 30년차를 맞는 그는 기업공개(IPO) 등 IB 주요 사업부문에 정통한 IB통으로 꼽힌다. ECM(주식자본시장)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본부장을 거쳐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으로 경험을 쌓았다.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전무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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