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재택근무를 선택한 직원은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업의 일하는 문화가 변하며 재택근무 트렌드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 현장에 적절하게 녹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의 직장 구글의 선택
BBC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구글이 재택근무 대상 직원에게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택한 직원은 기존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임금을 덜 받는 구조며, 미국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도 모든 직원이 동일하게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근무지에서 출퇴근 시간이 동일하게 소요되어도 사는 지역의 집값이나 물가 등을 고려해 삭감률이 다릅니다. 이번 조치가 '물가가 낮은 교외에 거주하는 직원이면서 재택근무를 한다면 임금을 덜 줘야 한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생활비가 높은 지역의 사무실에 찾아와 근무하는 경우 당연히 임금을 온전히 보전하지만, 재택근무를 택할 경우 생활비가 낮은 외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해당 직원에 대한 임금을 삭감해도 된다는 논리다.
이미 페이스북 (NASDAQ:FB)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IT 기업들이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직원들에게 상당한 복지를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임금 정책 변화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닌 상태에서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이번 정책 변화가 고용법상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안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논의라는 말도 나옵니다.
출처=뉴시스
재택근무를 어찌할꼬
이제 재택근무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보험회사인 브리즈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단행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임금이 5% 삭감되어도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 답했습니다. 특히 MZ 세대들을 중심으로는 "굳이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주류입니다. ICT 기술의 발전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굳이 사무실에 나오는 기회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기업들이 100% 재택근무를 택하기에는 리스크도 많습니다.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택근무는 업종에 따라 조직 관리의 차원에서 불확실한 구석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월급루팡'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11일 492개 회사를 상대로 '월급 루팡 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무려 64.2%의 회사가 "우려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업무 시간 중 딴짓을 많이 하는 직원에 대한 우려를 택한 회사가 무려 73.4%에 달합니다. 재택근무, 나아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가동하고 싶어도 월급 루팡들이 득실댄다는 우려가 깊은 셈입니다.
재택근무, 나아가 하이브리드 근무 트렌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국내외 사정을 약간 분리할 필요가 있는데, 구글의 경우 월급루팡에 대한 걱정때문에 재택근무에 따른 임금 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생활비 격차에 따른 처우에 대한 고민이라고 봐야 합니다.
국내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잘 갖춰진 대중교통 인프라 등으로 생활비 격차에 대한 고민보다는 말 그대로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재택근무를 택하고 싶은 직원들, 특히 MZ 세대 중심의 직원들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회사들은 형평성, 조직 효율 등을 고려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습니다. 혼란의 시대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