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부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지만 베트남펀드는 예외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부진했던 베트남 증시가 올 들어 반등하면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지자 베트남 증시의 간판 지수를 추종하는 신규 인덱스 펀드도 출시됐다.
투자금액 중국 다음으로 많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베트남펀드에는 914억원(지난 3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조사 대상 20개 지역 투자 펀드 가운데 올해 자금이 순유입된 펀드는 베트남펀드가 유일했다.
중국펀드에서는 올 들어 3612억원이 빠져나갔다. 북미와 유럽펀드에서도 각각 1645억원과 1557억원이 순유출됐다. 베트남펀드의 순자산은 2조806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대를 넘어섰다. 특정 국가 주식을 편입하는 펀드 가운데는 중국펀드(순자산 8조6487억원) 다음으로 ‘덩치’가 커졌다.
수익률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베트남펀드는 평균 12.08% 손실을 입었다. 올 들어 크게 반등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낸 펀드도 상당수 등장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설정액이 6763억원으로 가장 많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가 10.25%의 수익률을 올렸다.
‘유리베트남알파’ 펀드(설정액 1941억원)와 ‘미래에셋베트남’ 펀드(1163억원)도 각각 8.30%와 9.86%의 성적을 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삼성아세안플러스’ 펀드(227억원)와 ‘한화베트남레전드’ 펀드(109억원)는 각각 11.48%와 11.24%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엔 올해 초만 해도 878.22에 불과했던 베트남 VN지수가 지난 5일 974.14로 급반등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진정되고 신흥국 증시가 훈풍을 탄 데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증시 부양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증권위원회(SSC)는 최근 외국인의 주식 소유 한도를 폐지하고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소 간 합병을 추진하는 등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SSC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의 목표치를 기존 70%에서 100%로 올려 잡기도 했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SC의 목표가 달성된다면 VN지수가 1160선까지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7.08%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올해도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6%대 중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제시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3.3%)이나 신흥국 평균 경제성장률(4.4%)에 비해 높은 수치다.
베트남 ‘신상’ 펀드 출시 잇따라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신규 펀드를 잇따라 출시해 투자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베트남 VN3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인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펀드’를 지난달 25일 선보였다. VN30지수는 베트남거래소의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에서 상위 30개 종목이 편입된 지수다. 베트남거래소 상장 종목 전체 시가총액 중 약 80%를 차지한다. 지수선물, 주식 현물바스켓, 상장지수펀드(ETF), 장외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을 편입해 추적 오차를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환헤지를 통해 지수의 상승 및 하락에 의해서만 수익률이 확정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인덱스 펀드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펀드 출시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늦어도 다음달 중 시판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18일 호찌민에 주재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운용 중인 ‘한화베트남레전드’ 펀드의 리서치 역량 강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일곱 곳이 베트남에 현지 법인 혹은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들 영업점을 통해 지난 1년간 총 1830만달러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등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며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려는 국내 기업 및 일반 투자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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