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7일 (로이터) - 바닐라에서 원유에 이르는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강화되고 기업들의 매출 이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소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는 정부의 인프라 지출 확대로 경제 성장도 강화될 것이란 기대에 지난 4분기 채권 수익률이 오르기 시작하며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금속과 농산품 등 상품 가격 상승으로 많은 유럽 기업들의 투입비용도 3년 만에 상승하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주가가 하락할 리스크에 처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 투표로 파운드의 가치가 급락한 영국에서는 소비 지출이 감소하며 기업들의 매출 이익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상품 가격 상승으로 유럽의 유통, 여행, 레저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이들 업계에서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주저하며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얄 런던 에셋 매니지먼트의 트레버 그리덤 멀티에셋 팀장은 "소비자에게 더 가까운 업종일수록 더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다"며 "소비자에게 더 멀수록, 예를 들어 광산이나 원유업계의 경우 가격 인상분을 다음 (유통) 단계로 전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영국의 슈퍼마켓과 유통업체들이 예상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주가도 치솟았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이지만 업계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여전히 이들 기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뱅크오브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파운드 가치 급락으로 인해 올해 영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기업들의 비용도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특히 외국에 아웃소싱 업체를 둔 의류 유통업체들이 급격한 비용 상승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몇 년 간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의 일부 소비 관련 산업에 대한 매출 총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자동차, 여행, 레스토랑, 주점 업계의 실적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 사이 건강한 생활 습관 확산을 이유로 담배 회사들에 대한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웨버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스 글라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종 유통단계 기업들이 마진 압박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산업적 특성이나 지리적 이유로 경쟁이 덜한 업종은 인플레이션이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는데, 글라세는 산업용 가스나 화학약품 업계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