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폐지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해 달라”는 업계 요구에 “이제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화답하면서다. 업계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재차 밝히면서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도 “폐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가 상장 주식을 팔 때 이익과 손실에 상관없이 매도 대금의 0.3%를 떼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국의 증권거래세율 0.3%(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0.5%)는 중국(0.1%), 홍콩과 대만(0.15%), 싱가포르(0.2%) 등에 비해 높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과도한 단타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그간 증시 발전을 감안하면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16조원이 증발하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대다수지만 증권거래세는 6조원이 넘게 걷힌 것으로 추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증시가 아수라장이 됐는데 주식 투자자들은 손실을 내면서 거래세까지 뜯기고 있다”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800만 개미들이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금융위원회도 증시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 질의에 “진지하게 생각할 때”라고 답했다. “앞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상당히 넓은 층이 내게 돼 있어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기재부 “폐지 검토 안 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6일 경제단체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증권거래세는 기재부 내부에서 아직 밀도 있게 검토한 바 없다”며 “지금 입장을 고수하되 앞으로 양도세 부과 문제나 증시 시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도세는 주식 투자자 500만여 명 중 대주주나 자산가 등 1만 명 정도밖에 내지 않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는 어불성설”이라며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취득·등록세 양도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내는 부동산과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거래세를 폐지하는 데 따른 증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기재부 논리다. 1990년대 이후 증권거래세를 세 차례 인하하고 두 차례 올렸는데 인하한 뒤 6개월 뒤 주가지수는 더 떨어졌고, 거래량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는 게 근거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로선 연간 6조원이 넘는 세수가 사라지는 현실적인 부담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이야 세수 상황이 좋지만 호황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다”며 “증권거래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성수영/임도원/김일규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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