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2018년 중국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중국 사회는 개혁개방 40주년과 미중 무역전쟁, 급격한 경기둔화, 백신 스캔들 등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겹치면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유력 인터넷 매체인 허쉰왕(和訊網)이 선정한 10대 핵심 키워드를 통해 2018년 한해 중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미투 운동 [사진=허쉰왕] |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은 중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의 미투운동은 2018년 1월 베이징항공항천대학(北京航空航天大學)의 유명 교수인 천샤오우(陳小武)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글에서 시작됐다. 작성자인 뤄첸첸(羅茜茜)은 “천샤오우가 7명의 제자를 성폭행했다”며 “아이를 임신한 학생도 있다”고 주장했다.
4월에는 현 난징대학(南京大學), 전 베이징대학(北京大學) 교수인 선양(沈陽)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글이 올라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년 전 상담 명목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는 내용으로, 선 교수가 중국 교육부로부터 최고 학술영예인 ‘장강학자(長江學者) 칭호를 받은 적 있어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이후 중국의 미투 운동은 ‘어린이 무료급식 자선행사’를 시작한 유명 기자 덩페이(鄧飛)와 B형 간염 자선단체 창시자 레이촹(雷闖) 등을 고발하며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허쉰왕은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중국 전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과거에는 피해자가 손가락질 받았지만 이제는 사회가 변했다”고 평가했다.
비단잉어 '진리' [사진=허쉰왕] |
올해 핫 키워드인 진리(錦鯉)는 ‘비단잉어’라는 뜻으로, 관상용 고급 물고기를 뜻한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올해 국경절 기간(10월 1~7일) 알리페이(Alipay, 支付寶)는 ‘부의 상징’ 진리를 내세워 무려 50만 위안(약 8000만 원) 규모의 경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단 한 명의 당첨자를 선정하는 해당 행사는 진행 6일 만에 7500만 명이 참여했고, 2018년 최고의 온라인 마케팅으로 평가받았다.
알리페이가 당첨자를 ‘중궈진리(中國錦鯉, 중국 비단잉어)’라고 부르면서 진리는 행운(好运)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진리를 보내며, 행운을 빈다’는 뜻의 ‘좐진리 추하오윈(轉錦鯉 求好運)’을 공유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확산됐다.
또 진리는 ‘초특급 행운아’ ‘대박 난 사람’ 등 현대판 신데렐라를 가리키는 단어로도 사용됐다. 네티즌이 꼽은 대표적인 진리는 ▲‘무섭다’ ‘하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창조101(創造101)에서 3위를 차지한 양차오웨(楊超越)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VS) 패션쇼에서 넘어지면서 유명세를 탄 밍시(Ming Xi, 奚夢瑤) ▲과감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오히려 친숙하다는 평가를 받는 재벌 2세 왕쓰충(王思聰) 등이다.
허쉰왕은 “대박을 원하는 현대인의 갈망을 반영한 이벤트”라며 “마케팅계의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촌스러운데 재미있는 '투웨이' [사진=허쉰왕] |
“너 수영할 줄 아니?” “아니” “그러면 배워야겠다” “왜?” “우리가 사랑에 빠질 거니까”
올해 중국 네티즌은 투웨이(土味) 즉 느끼한 매력에 빠졌다. 투웨이는 오글거리다 올드하다는 뜻으로, 느끼한 사랑 고백 멘트 등으로 응용된다.
투웨이는 올해 최고의 인기를 끈 쇼트 클립(15초짜리 동영상) 어플 틱톡(Tictok, 抖音)의 주요 특수효과 중 하나다. 파란색 주황색 컬러풀한 옷을 입고 등장한 틱톡 유저는 너무나도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말과 행동을 이어간다. 간혹 너무나 시대 지난 랩을 하기도 한다.
“너의 옆에 있어도 되겠니?” “나와 싸워 이길 수 없는 자, 나에게 시비 걸지 마라” “내 마음속 도시 남자” 등 유치한 멘트도 인기요인에 한몫한다.
느끼한 동영상 제작에 빠진 중국 네티즌 |
픽(Pick) [사진=허쉰왕] |
올해 중국 연예계는 ‘우상연습생(偶像練習生)’으로 시작해 ‘창조101’로 끝났다. 두 프로그램 모두 네티즌이 직접 데뷔조를 뽑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판권 문제다. 우상연습생은 1월 첫 방송 이후 ‘프로듀스101’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Mnet이 “합작 프로그램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판권침해 사실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자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반면 창조101은 중국 스트리밍업체 텐센트스핀(騰訊視頻)이 정식으로 판권을 사와 만든 진짜 중국판 ‘프로듀스101’이다.
논란이야 어쨌던 두 프로그램 모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창조101의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되는 마지막 편은 당일 스트리밍 횟수만 4억6000만 뷰를 기록했다. 우상연습생의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32억 뷰에 달한다.
이러한 인기 속에서 데뷔한 나인퍼센트(9 percent, 우상연습생)와 휘젠샤오니101(火箭少女, 로켓걸스, 창조101)은 ‘국민 아이돌’이라고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허쉰왕은 “아이돌을 따라다니기만 하던 과거와 달리 자신이 직접 최애(最愛) 아이돌을 선정, 데뷔시킨다는 주인 의식이 창조101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투표를 통해 멤버를 선정하는 방식이 일종의 현질(현금투자)를 유도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인민일보)는 “진행 및 투표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월드컵 [사진=허쉰왕] |
올해 6월 14일(현지기준)에 시작돼 7월 15일에 폐막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중국이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다.
개막을 앞둔 8일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는 “중국 팬이 총 4만251장의 티켓을 구매했다”며 “축구 강국 스페인 포르투갈보다 관심도가 높다”고 밝혔다. 8일까지 팔린 티켓은 총 240만 장이다.
폐막 후 통계에 따르면 월드컵이 열린 한 달 동안 중국(5만3000명)과 미국(4만6000명) 국적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12명의 외국인 관람객 중 1명이 중국인이었던 셈이다.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한 중국 기업도 4년 전 1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 부동산 기업 완다(萬達)는 현대 아디다스 코카콜라와 함께 공식 파트너에 올랐다.
이 밖에 하이신(海信, 하이센스) 멍뉴(蒙牛) 비보(VIVO) 야디(雅迪) 즈뎬이징(指點藝境) 디파이(帝牌)도 공식 스폰서 및 아시아 지역 스폰서로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중국 기업은 8억3500만 달러(약 9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이는 미국(4억 달러)의 두 배이자, 개최국 러시아(6400만 달러)의 열 배에 해당한다. 러시아 월드컵 총 광고액인 24억 달러의 30%를 넘는 수준이다.
주요 관람객도 스폰서도 모두 ‘차이나’였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에 중국 관영 중앙(CC)TV의 유명 앵커 바이옌쑹(白巖松)은 생방송 중 “러시아 월드컵에 중국은 국가대표만 빼고 모두 갔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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