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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배당주로 손꼽히는 보험주의 주가 상승 걸림돌이 최근 사라졌다.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파생상품 거래와 연계된 미실현손익 상계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금리 수혜주’로 불리는 보험주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식의 상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법정준비금, 미실현이익을 차감해 산정한다. 미실현이익만 이익에서 공제하고, 평가손실은 따로 배당가능이익에 가산하지 않는다. 현금화되지 않은 평가 이익까지 배당할 경우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 보험사에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이익 현행 상법상으르는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수 없게되는 문제가 생겼다.
기존 회계기준(IFRS4)은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해 보험부채 평가액이 금리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IFRS17 도입 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미실현손익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현행처럼 연계된 위험회피 자산의 미실현손익 상계를 금지하는 경우, 당기순이익이 발생해도 배당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기준 재무제표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8개사의 배당가능이익이 0원으로 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보험사는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경우 연계된 미실현손익을 상계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배당가능이익에서 미실현이익이 과다하게 공제되지 않도록 안정적 이익배당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비율이 높은 보험사 중심으로 배당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실리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DB손해보험 등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 여력은 자본비율을 근거로 결정될 전망이기 때문에 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배당가능이익 산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혔지만,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보험주의 인기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KRX 보험 지수는 0.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는 0.28% 하락했다. KRX 보험 지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 1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금리 수혜주로 불리는 보험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보험주에 호재다.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금리가 하락하면 이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긴축 장세였던 연초부터 10월까지 KRX 보험 지수 상승률은 17.52%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1.86%를 상회했다. 이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시사한 11월 들어 바뀌었다. 지난달 KRX 지수는 KRX 보험 지수를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는) 다들 예상하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반등하는 움직임은 없다”며 “오히려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시중금리 하락이 보험주에 부담이 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