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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만에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9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4.0%를 기록한 후 3월 3.9%, 4월 3.7%, 5~6월 3.5%, 7~9월 3.3% 등 하락세를 이어왔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10월에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된 것들이 있었고, 농산물 등 가격도 올라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보는 응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는 공공요금이 63.3%로 가장 높았다. 석유류제품(62.4%), 농축수산물(32.5%)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월 대비로는 공공요금의 응답 비중이 2.4%포인트 늘었다. 석유류 제품은 7.5%포인트 비중이 커진 반면 농축수산물은 4.9%포인트 줄었다. 지난 1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전월과 동일한 4.1%를 나타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100을 하회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로, 이 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장기평균치(2023년 1월~2022년 12월)보다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안 우려와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 및 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석달 연속 CCSI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8에서 128로 한 달 사이 10포인트 올랐다. 지수자체로 지난 1월(132) 이후 가장 높았다.
상승 폭 역시 지난 2021년 3월(10포인트)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100을 웃돈다. 지수가 급등한 것은 1개월 사이 금리 상승 전망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르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한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달 23일 국감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변하기 시작하면 더 긴축을 하든지 조절을 하는데 아직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변하는 동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다"면서도 "하마스 사태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르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 선에서 안정시키고 싶은데 물가 오르는 것 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변하고 있느냐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며 "근원인플레이션도 동시에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