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카카오와 하이브, 얼라인파트너스가 벌이는 분쟁 과정에서 당사자인 SM엔터의 속은 곪아가고 있다. 분쟁 대응에 회삿돈 수백억원이 쓰이며 곳간은 비어가고 소속 아티스트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이탈 우려도 커졌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회사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인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한 SM엔터 현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전략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고용하는 데 약 25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도 여섯 곳이나 고용했다. 통상 한두 곳의 업체를 고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례없이 큰 규모다. 이들 업체에만 최소 10억~20억원을 지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결권 수집에는 임직원도 동원되고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기관을 찾아가 의결권 행사 때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성수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기업설명회(NDR)를 열고 해외 투자자를 만나 설득하고 있다.
SM엔터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중 635억원어치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주주 환원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지만 주가 상승을 유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어렵게 하려는 움직임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하이브가 즉각 해당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자사주 매입 작업을 저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은 대거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최강창민,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태연, 윤아, 유리, 효연, 써니),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슈퍼엠, 에스파 등 SM엔터 소속 아티스트 중 에스파를 제외한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형 기획사는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온 아티스트들을 접촉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일반 주주들이 차익 극대화를 위해 ‘분쟁 장기화’를 원한다는 점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도 분쟁이 조속히 정리돼야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려면 회사 경쟁력과 무관하게 혼란을 지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게 자본시장의 딜레마”라고 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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