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가 지루한 박스권에 머물자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가상화폐 등으로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500억원을 순매도했다. 26일에도 코스피지수는 1.47% 하락해 2936.44에 마감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김영우 기자
펀드매니저 A씨는 이달 들어 한 종목으로 130%의 수익을 냈다. 투자 기간은 단 3일. 주식이 아니라 암호화폐 휴먼스케이프였다. 카카오가 블록체인 헬스케어 기업 휴먼스케이프에 투자한다는 소문을 듣고 투자했다. 며칠 후 카카오는 휴먼스케이프 지분 2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휴먼스케이프 코인 가격은 지난 15일 포함 사흘 만에 136% 올랐다. A씨는 “코스닥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연초 대비 900% 오르며 텐배거 주식이 됐지만,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인 위믹스에 투자했다면 9000%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는 여의도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코인 투자에 빠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단기투자는 코인에 치이고국내 증시에서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의 테마주에 올라탔던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폐거래소로 몰려가고 있다. NFT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투자의 중심은 국내 증시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KS:005380) LG전자 등 대형주들이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1월 한 달간 8% 올랐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빠진 개인투자자들이 잇따라 증시에 뛰어들면서 투자자예탁금은 당시 74조원까지 불어났다. 1월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6조원에 달했다.
11월 상황은 10개월 전과 완전히 다르다.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1조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달에는 코스피지수가 1% 하락하는 등 지지부진한 박스권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투자자예탁금은 64조원대로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가 주춤한 사이 암호화폐거래소는 날았다. 1월까지만 해도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대에 불과했던 업비트는 이달 들어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11조원으로 불어났다. 단일 암호화폐거래소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과 맞먹는다. ○장기투자는 미국 주식에 치인다국내 주식이 장기 투자의 대상이 된 것도 아니다. 개인투자자는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순매도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 (KS:000660)(-1조3124억원) 삼성전자 (KS:005930)(-9829억원) 크래프톤(-5854억원) 카카오 (KS:035720)(-5056억원) 엔씨소프트 (KS:036570)(-3891억원) 등이었다. 개인투자자가 연초부터 꾸준히 ‘물타기’해왔던 종목들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저점 대비 반등하자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차익실현보다 손절매에 가깝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유동성을 조이는 환경에서 성공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기 위해 안 되는 쪽은 버릴 수밖에 없다”며 “지난 두 달간 이례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내에서는 자금이 빠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두 달간 미국 주식 시장의 강세가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메타버스와 전기차 테마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메타플랫폼스, 엔비디아 (NASDAQ:NVDA), 테슬라 (NASDAQ:TSLA) 등 각 테마의 대장주가 있는 미국 주식으로 집중 현상이 심화됐다. ○“내년 초 한·미 증시 양극화 완화 기대”지난달 초 삼성전자에 투자한 투자자는 1% 손실을 본 반면 엔비디아에 투자한 투자자는 58% 수익을 냈다. IT 업종에서는 한·미 주식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IT 기업들의 평균 밸류에이션 대비 한국 IT 기업 평균 밸류에이션은 약 60% 할인된 상태다. 미국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앞으로 장기 투자는 미국 빅테크가 정답”이라는 글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잘 모르는 주식이 아니라 유명한 대형주에만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초가 되면 극단적으로 양극화됐던 한·미 IT 업종 주가가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명지 팀장은 “지금은 밸류에이션 격차가 정점을 찍는 국면으로 보인다”며 “2015년 알파고 등장으로 AI(인공지능) 테마가 시작되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한 뒤 삼성전자 등으로 온기가 확산된 것처럼, 지금의 메타버스 테마도 국내 IT 기업으로 온기가 확산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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