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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로 SI 일방적 교체' 뒷말 무성한 테일러메이드 인수전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1- 07- 23- 오후 04:57
© Reuters.  '경쟁사로 SI 일방적 교체' 뒷말 무성한 테일러메이드 인수전 [마켓인사이트]

≪이 기사는 07월21일(08: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센트로이드 입장에서도 돈을 못 구해 딜을 어그러지게 할 순 없는 일 아니냐."(투자은행 업계 관계자)

"더네이쳐홀딩스가 이미 1000억원도 준비했다는데 갑자기 SI 선정을 철회하고 경쟁사와 손을 잡은 건 상도에 어긋난 일이다."(인수·합병 업계 관계자)

글로벌 '빅3'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서 매수자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가 전략적 투자자(SI)를 더네이쳐홀딩스에서 에프앤에프(F&F)로 교체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SI을 선정할 때 F&F를 포함해 10여곳의 패션·유통 업체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이미 치렀기 때문이다. 당시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의 의류 생산 및 판매를 위해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서 인기 브랜드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키운 경험 등을 보유한 더네이쳐홀딩스를 최종 SI로 선정했다"고 이유를 밝혔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SI 교체의 핵심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기존 SI였던 더네이쳐홀딩스는 후순위로 1000억원의 지분을 투자키로 했었다. 하지만 펀딩에 어려움을 겪던 센트로이드측이 "부족한 돈을 메워주겠다"며 '러브콜'을 계속 보내오는 F&F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것.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김창수 F&F 회장이 현금 동원력,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성공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자신있어 했기 때문에 테일러메이드 SI에 관심이 높았다"며 "돈은 얼마든 메워줄테니 우리에게 SI를 달라는 요청을 센트로이드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에서 골프웨어를 내놓은 것도 김 회장의 골프웨어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F의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최근 골프의류를 선보였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졸지에 투자 기회를 날리게 됐다. 테일러메이드 의류 제조사업도 물 건너갔다. 특히 더네이쳐홀딩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F&F의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패션업계에선 "다른 곳도 아닌 F&F에 테일러메이드 사업권을 뺏긴 건 더네이쳐홀딩스 입장에서 매우 뼈아픈 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센트로이드측에서 더네이쳐홀딩스에 법적으로 져야 하는 책임은 없다. 반대로 만약 더네이쳐홀딩스가 약정 기간 안에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엔 100억원(10%)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만 계약서에 명시돼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19일 더네이쳐홀딩스는 "양사 합의를 거쳐 전략적 투자자 선정을 철회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양사 합의'라고 기재했지만 사실은 센트로이드측의 일방 통보였다는 게 더네이쳐홀딩스의 설명이다.

더네이쳐홀딩스 관계자는 "돈을 못 구해 계약이 깨지게 생겼다고 센트로이드에서 찾아와서 읍소를 하는데 우리로선 아무 방도가 없어 철회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란 분석도 많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로 보나 브랜드 운영경험으로 보나 더네이쳐홀딩스보단 F&F를 SI로 확보하는 게 펀딩에 훨씬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센트로이드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부족한 것을 더네이쳐홀딩스의 능력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지난달 9일 테일러메이드의 최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KPS캐피털파트너스와 경영권 및 지분 등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센트로이드 제7호와 제7의1호 바이아웃 사모투자합자회사(PEF)를 설립했고 이 PEF 두 곳이 테일러메이드 지분 100%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인수 구조는 SPC 전체 2조692억원 중 인수금융으로 1조원, PEF(센트로이드 제7의 1호)를 통한 중순위 메자닌으로 4633억원, PEF(센트로이드 제7호)를 통한 후순위 지분투자로 6059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F&F는 중순위 메자닌에 1000억원, 후순위 지분투자에 3000억원을 각각 투자키로 했다. 이 중 계약일인 8월 이전까지 메자닌 투자금액은 외부에 재매각(셀다운)할 예정으로, F&F의 직접 출자금액은 지분투자 3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F&F는 이날 테일러메이드 투자를 위해 3000억원을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양사는 최종 계약을 거쳐 오는 8월 초 출자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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