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9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한국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과 엔/원 환율이 9일 일제히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또다시 위협할 경우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북한은 미군 핵 전략폭격기 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물 CDS는 전고점 부근까지 올라섰다. 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5년물 한국물 CDS KRGV5YUSAC=MG 는 전날 57bp 수준에서 이날 60bp 부근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발표 이후 기록한 13개월래 최고치인 62bp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북한 관련 리스크에 반응하며 다시 오름세를 재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한국물 CDS는 북한 관련 리스크에 50bp 중후반대에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바 있다.
엔/원 환율 JPYKRW=R 은 100엔당 1030원으로 치솟았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 무렵 1017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오름폭은 적지 않다.
북한 관련 리스크에 달러 대비 원화 KRW= 는 1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엔화 JPY= 는 약 2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면서 엔/원 환율의 반응폭은 더욱 컸다.
정미영 삼성선물 센터장은 "최근 한국물 CDS의 저점이 올라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이 북한 관련 리스크에 대한 가중치를 높이고 있다"면서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큰 만큼 헤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이전과 달리 무력 행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시장에서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강도가 달라졌다"면서 "예측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더욱 커진 만큼 이후 이와 관련된 재료에 시장은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분간 CDS가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북한 리스크가 촉발되고 있는 배경에는 북한이 소위 미국의 인내 범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에 북한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국내 CDS가 지난 주말 유엔 대북 제재안 채택으로 이틀 하락했지만 미북 강경 발언 영향으로 급등해 전고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면서 "국내 CDS 흐름이 북한 리스크 확산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 전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