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사진) 체포 소식을 전하면서 “(곧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이 더 힘든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로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던 지난 1일 캐나다 밴쿠버공항에서 환승하려다 체포됐다.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측이 체포 요청을 했다.
○화웨이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조치를 위반해 이란 등에 금지품목을 팔았다는 의혹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은 2013년 1월 화웨이 계열의 홍콩의 스카이콤테크가 휴렛팩커드 컴퓨터 서버를 이란의 한 이동통신사에 팔았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2016년부터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의 이란 제재 위반을 조사하면서 화웨이의 법 위반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혐의로 조사받은 뒤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가 중단돼 파산 위기로 내몰렸던 ZTE처럼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이자 스마트폰 3위 업체다. 미국 퀄컴 등으로부터 통신칩을 사서 쓰고 있다. 반도체 등 미국산 부품 조달이 막히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생산도 어려울 수 있다.
멍 부회장 체포는 ZTE와 화웨이의 손발을 묶고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제조 2025’ 핵심 기업들을 직접 손보려는 의도란 관측이다. 5G 이동통신에서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화웨이는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기업이다. 미국은 2012년부터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 기업’으로 분류해 통신장비 거래를 금지해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2월 해킹 가능성 등을 경고하며 화웨이와 ZTE (HK:0763) 제품을 쓰지 말 것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츠바이그 홍콩과기대 사회과학 주임교수는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미·중 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은 커다란 기술전쟁 속의 소규모 전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시장 접근을 쉽게 한다 해도 미국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하게 반발하는 中 정부와 화웨이
지난 1일 통상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중국 정부는 재빨리 유화 정책을 내놔 주목받았다. 5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미국산 원유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는 건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미국산 수입차에 부과 중인 40% 관세를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멍 부회장 체포 소식에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캐나다 중국대사관은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미국 요구에 따라 캐나다 경찰이 체포한 것은 엄중한 인권 침해 행위”라며 “중국은 단호한 반대와 강렬한 항의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도 “화웨이는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의 관련 법규를 모두 지키고 있으며 사법당국의 공정한 결론을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멍 부회장은 ‘중국의 이건희’로 불리우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의 딸이다. 성이 다른 것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최근 이사회 부회장직에 올라 확고부동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에즈라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중의 위태위태한 휴전이 큰 위험에 처했다”면서도 “이 사건이 첨예한 긴장을 더하겠지만 중국이 반응을 자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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