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6월27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일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타카타(Takata) 7312.T 의 파산으로 인해 자동차 안전부품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치명적인 에어백 팽창장치 폭발 사고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로 위기에 빠진 타카타는 결국 1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법정관리 및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타카타는 대부분의 자산과 사업부를 자사보다 규모가 작은 경쟁업체인 '키 세이프티 시스템즈'(Key Safety Systems, 이하 'KSS')에 1750억엔(미화 16억달러)에 매각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 중국의 부품 공급업체 닝보조이슨(Ningbo Joyson) 600699.SS 의 미국 자회사인 KSS에게 큰 기회가 열린 것이다.
타카타는 자산 매각 외에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에어백 리콜 비용을 감당할 다른 방안이 없었다. 자산 매각 대금의 일부를 미 법무부와 합의한 8억50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고 나면, 타카타로부터 에어백을 납품 받아 피해를 본 혼다(Honda) 7267.T , 도요타(Toyota) 7203.T 등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손해배상 비용까지 커버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타카타의 자산 매각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KSS에 흡수되지 않는 타카타의 에어백 팽창장치 관련 사업부는 추후 폐쇄되기 전까지 리콜에 따른 에어백 교체 부품을 계속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타카타가 판매해 온 모든 제품들은 이제부터 KSS로부터 구매하면 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다카타보다 몸집이 큰 스웨덴 경쟁사인 오토리브(Autoliv) ALV.N 가 아닌 소형 KS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되면 이들은 하청 공급업체 선택에 있어 재량을 유지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일본 재계에 큰 오점을 남겼다. 일본 제조업을 대표해온 도시바(Toshiba) 6502.T 가 채무초과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진행하고 조만간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로 강등될 예정인 가운데 타카타의 파산 신청까지 더해진 것. 타카타가 몰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평판에 먹칠하는 꼴이 됐다. 도시바와 타카타는 위기상황에서 경영진이 안일하게 대처해 문제를 더욱 키우고 말았다. 타카타에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들 역시 어리석어 보인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타카타의 시가총액은 지난 1월 기준 7억5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이는 KSS 입장에선 엄청난 호재다. 지난해 미국 KSS가 중국 닝보조이슨에 인수될 당시 인수금액은 고작 9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는데, 이제 타카타를 흡수하면서 KSS의 몸집이 극적으로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타카타의 허술한 품질 관리 덕분에 중국 기업이 소유한 KSS는 한때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본의 자동차 업계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위기는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KSS가 미국계 기업이며 독자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타카타로부터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인수 가격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기존 고객들이 다른 부품 공급처를 찾아 이탈하는 가운데 KSS가 지난해 타카타가 거둔 수익의 절반만이라도 건진다고 가정해 보자. 브레이킹뷰스의 계산에 따르면, 원가와 매매가 사이 이윤을 8%로 잡으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65억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오토리브의 예상 EBITDA 대비 주가 배율이 7.5배인데 KSS의 예상 EBITDA 대비 주가 배율은 6.6배가 되는 셈이다. (쿠엔틴 웨브 칼럼니스트)
** 본 칼럼은 쿠엔틴 웨브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