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월28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서울 외환시장의 판세를 단숨에 뒤집어 놓았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철회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가 직격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원화가 이같은 테마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오늘 장 초반만 하더라도 하락 압력을 받았던 달러/원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강경 발언 이후 방향을 위쪽으로 급하게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끔찍한(horrible)'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renegotiate) 내지 폐기(terminate)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강경한 대북 기조를 재차 강조하면서 약 10억달러로 추산되는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게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진 후 역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달러/원 매수에 적극 가담했다.
한 외국계은행 지점을 통해서는 역외 투자자들로부터 이에 따른 문의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국민연금 수요도 있었겠지만 역외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온 이후 달러 매수세에 나섰다"고 말했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월말이라 네고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외은쪽 비드가 워낙 좋아 네고 물량이 다 소화되고 있다"고 현재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숏 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트럼프 발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물론 있지만 앞으로 계속 원화를 충분히 압박할 수 있는 재료로 부상한 건 사실이다.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가 원화 강세를 이끈 이전 상황과는 달리 한미 통상 마찰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리며 원화 약세를 견인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때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시장이 일단 반영했다"면서도 "이같은 재료가 일단 원화에 부정적인 재료인 데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나올 잡음이 추가로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다"면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부작용이 원화 약세로 당분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