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뉴욕, 5월19일 (로이터) -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라바 자토(Lava Jato)로 알려진 광범위한 부패 조사에서 핵심 증인의 증언을 막기 위해 뇌물 공여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연금과 노동 개혁 어젠다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18일(현지시간) 브라질 금융시장은 붕괴됐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러한 부패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승인했지만 테메르 대통령은 사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치 혼란 속에서 브라질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보베스파 지수 .BVSP 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일일 8.8% 급락 마감했다. 주가가 10% 급락하자 주가가 급등 내지 급락 시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가 발동되며 거래는 1시간 동안 중지되기도 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테메르 대통령이 사업가인 조에즐레이 바치스타와 만나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이 입을 다물도록 매달 뇌물을 건네줄 것을 요구한 내용이 담긴 녹음 기록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전날 브라질 ‘오 글로부' 신문의 보도 내용을 확인해주었다.
쿠냐 전 의장은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해 테메르 대통령의 집권을 가능케 한 인물이지만, 이후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 사와 관련한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트레이더들은 이번 정치 스캔들로 브라질의 사회안전망 효율화와 노동규제 개혁 노력의 성공 가능성을 재평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공적부채 증가를 막고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당국자들의 노력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JP모간증권과 UBS 증권의 전략가들은 구조개혁 실행 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브라질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정하면서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이와 같은 발언은 오히려 정치적 위기의 신속한 해결을 바라던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면서 브라질 증시와 통화 가치를 더욱 끌어내렸다.
그는 5분 동안 전국으로 방영된 연설에서 자신은 부정한 짓을 저지른 적이 없고,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정체된 브라질 경제를 회생시키고 있으며,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조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누구의 침묵도 돈을 주고 산 적이 없다"라면서 "결코 사임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선 브라질 헤알화는 8% 급락하면서 3.38헤알로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률은 1999년 헤알화 평가절하가 단행된 후 가장 수준이며, 이로써 헤알화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크레딧스위스의 전략가들은 개혁 어젠다의 지연 가능성을 이유로 헤알화 전망을 조정했다. 그들은 헤알화값이 3개월 뒤 달러당 3.50으로 약해지고, 12개월 뒤에 3.70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전 3개월과 12개월 후 전망치인 3.20과 3.50에서 낮춰잡은 것이다.
* 원문기사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