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부족이 좀 더 지속되는 양상이다. 작년에 2~3차례 인상된 대만 파운드리 서비스 가격이 2분기에 또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산업 전반의 생산설비 투자 지연 현상에 미국의 혹한으로 인한 정전사태, 일본 르네사스 반도체의 지진 피해, 대만 가뭄에 따른 파운드리 피해까지 겹쳤다.
파운드리 가공비용 상승은 팹리스와 같은 칩디자인 회사들에 부담이 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의 원가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세트업체 등 다운스트림으로 가격 전가가 얼마나 가능한지가 칩디자인 회사들의 상반기 실적을 판가름할 것으로 생각된다. DDIC(디스플레이 구동칩)나 CIS(이미지센서) 회사들은 어느 정도 가격 전가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트업체들 입장에선 칩단가가 1.5달러에서 2.5달러가 되는 정도의 상승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FPC(핑거프린트카드) 회사들의 경우는 원가 상승 압력이 더 크게 느껴졌을 수 있다.
가격 전가와 같은 단기적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신제품 출시 지연 이슈다. 지금처럼 제조시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불가능한 환경에서 수율이 낮은 혁신제품은 칩디자인사나 파운드리사 모두에 큰 모험이다. 파운드리사는 이런 제품을 받지 않으려 하고, 칩디자인사들도 신제품 출시를 늦추고 있다.
생산시설 확보 능력은 회사별·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대만은 파운드리도 많고 디자이너도 많다. 한국은 파운드리에 비해 디자이너가 적다. 문제는 중국이다. 아직 파운드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많이 생겨났다.
제품별 차이도 있다. PMIC(전력반도체) 제품군은 150나노 이하의 레거시(구형) 공정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파운드리 입장에서 가격이 좋지 않다. DDIC나 CIS 생산이 더 유리하다.
지난 1분기에는 대부분의 칩디자인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긴 어렵다. 신제품 출시를 못하고 단가 인상이 어렵고, 생산시설 확보에도 한계가 있는 칩디자이너들은 점차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FPC를 만드는 중국의 구딕스(603160 CH)나 대만의 에지스(6462 TT), RCD(레지스터클럭드라이버)를 만드는 중국 몬티지(688008 CH)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장비업체에는 유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선단공정 중심으로 짜여진 미국이나 일본의 선두기업보다는 한국, 중국, 대만업체에 더욱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의 나우라(002371 CH)는 박막장비, 대만의 크로마(2360 TT)는 테스팅 장비를 만드는 대표적인 업체다.
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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