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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금융기관 9곳, '노동이사제 불씨' 되살린다

입력: 2019- 03- 13- 오후 11:27
국책금융기관 9곳, '노동이사제 불씨' 되살린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국책 금융기관 9곳이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도했던 KB금융이 돌연 철회하면서 시들해졌던 노동이사제 '불씨'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다.

국책금융기관 9곳, '노동이사제 불씨' 되살린다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행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자회견. [사진=김진호 기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노조 산하 국책금융기관 노조 협의회는 지난 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뜻을 함께한 국책금융기관은 이미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식화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비롯해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수출입은행, 금융결제원 등 모두 9곳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모두 함께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며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조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노동이사제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 이를 도입한 곳은 아직 없다.

9개 국책금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 방향은 기관의 성격에 따라 나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정관 변경 등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공운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개별법인 산업은행법과 기업은행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은행 정관 제38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또는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는 이를 바꾸면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즉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 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들의 경우 정관 변경만으로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다"며 "정부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준정부기관의 경우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공운법 개정안 조항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때문에 이들 노조는 법안의 통과를 위해 국회를 꾸준히 설득하고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도높여갈 계획이다.

금융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국회를 꾸준히 설득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압박도 높여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 노동이사제 조항'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금융공기업이 노동자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각각 1명씩 받아 비상임이사로 임명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일부 금융공기업에서는 정관이나 법 통과가 필요 없는 이른바 '낮은 단계의 노동이사제'부터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이사회에 노동자들을 대변할 노동이사나 노동자 추천 이사를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 금융공기업에 만연한 상임이사 연임 관행제도부터 뜯어 고치자는 주장이다.

실제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금융공기업에선 한 번 임명된 임원이 업무 평가 능력 등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연임되거나 임기가 만료된 이후에도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 김재범 신보 노조위원장은 "상임이사 연임시 직무수행 평가 등을 통해 직원들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아주 낮은 수준의 노동이사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금융공기업에 만연한 이러한 관행을 없애는 것이 노동이사제 도입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정책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금융노동자를 대변한 노동이사 또는 노동자 추천 이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금융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최종구 위원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rpl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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