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세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승용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세단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난해엔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전 차급의 세단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10년 전만 해도 비주류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업체의 세단 판매량은 69만4868대였다. 2017년보다 7.7% 줄었다. 연간 세단 판매량이 70만 대를 밑돈 건 2006년(66만8281대) 이후 처음이다. SUV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2년(25만6923대)과 지난해(51만9886대)를 비교하면 6년 만에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승용차 판매량 중 세단이 차지하는 비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단 비중은 53.5%로 전년(58.0%)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2010년(77.4%)에 비해 20%포인트 넘게 줄었다.
차급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세단은 지난해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전 차급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었다. 세단의 대표주자 격인 중형세단 판매량은 20만1801대에서 17만787대로 15.4% 감소했다. 한때 연간 20만 대 가까이 팔려 ‘국민자동차’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쏘나타 판매량은 6만5846대에 그쳤다. 경차는 12만7431대가 판매돼 전년보다 8.3% 적게 팔렸다.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인 현대차 그랜저가 속한 대형 세단 사정도 비슷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23만9571대로 2017년보다 5.7% 줄었다.
세단 판매량이 예전만 못한 이유는 SUV의 상품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SUV의 단점으로 거론되던 불편한 승차감과 소음, 진동 등이 해소되면서다. 높은 시야와 넓은 적재공간 등 SUV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SUV와 세단의 승차감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며 “최근에는 젊은 층이 SUV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세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중 일부는 수입차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세단인 E클래스의 지난해 판매량이 3만5000대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의 SM6, 한국GM의 말리부 같은 대중적인 세단보다 더 많이 팔렸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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