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8일 오후 9시12분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전격적인 풋옵션 행사는 상장(IPO)을 둘러싼 교보생명과 FI 간 갈등이 표면 위로 분출한 것이라는 게 금융권 해석이다. 교보생명과 FI 간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교보생명 이사회가 발단
신 회장은 2012년 FI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2015년까지 교보생명을 상장시키지 못하면 직접 투자지분을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가 다른 데 팔려 경영권을 위협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약속시한은 이미 3년 가까이 지났다. 2021년 도입이 예정된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선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이 정해져야 했기 때문이다. ‘백기사’(우호세력)로 들어온 FI들도 평판 등을 고려해 그동안 교보생명과 각을 세우는 것을 피했다.
올초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초안이 나와 필요한 자본 규모(최소 2조원, 최대 5조원 이상)가 확정되자 교보생명은 지난 7월27일 이사회에서 상장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어 8월 말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상장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FI들과의 약속도 지켜지는 듯했다.
교보생명이 상장을 의결하기로 한 지난달 이사회에서 결정을 미루자 FI들이 태도를 바꿨다. 교보생명은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다 IFRS17의 불확실성이 아직 제거되지 않은 만큼 상장주관사 보고서가 나올 때 다시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다루자”고 설득했지만 연기금 공제회 등 출자자(LP)들에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FI들로서는 계속 끌려다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지 6년이 지나면서 FI들도 투자 원리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IPO하거나, 경영권 팔거나 ‘기로’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이면 신 회장과 FI는 각각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을 자문사로 선정해 지분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평가 결과 양측의 가격차가 크면 FI가 제3의 자문사를 선정해 지분가치를 확정한다. 신 회장이 1조원이 훌쩍 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경영권 지분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교보생명 주인이 실제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이 다시 이사회를 열어 IPO를 결의하면 FI가 행사한 풋옵션을 철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FI들의 풋옵션 행사가 ‘교보생명의 IPO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 회장이 풋옵션 이행을 거부하고 FI와 소송전에 나설 수도 있다. 양측의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이 유효하려면 교보생명이 IPO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교보생명이 ‘그동안 자본확충 컨설팅을 받고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 풋옵션 행사의 유효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 한 로펌 관계자는 “일단 소송을 시작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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