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시관인 ‘제네시스 강남’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한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G90을 통해서다.
다만 독립된 브랜드로는 현대차 이미지를 벗고 고급차들과 어깨를 겨룰 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라인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이달 말께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된 EQ900을 공식 출시한다. 차명은 미국과 같은 ‘G90’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의 기함(旗艦) 세단이었던 에쿠스를 연상시키는 EQ를 뺀 것이다.
G90은 완전 변경(풀 체인지) 수준으로 디자인을 확 바꿨다. 앞뒤 범퍼 뿐 아니라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 및 리어램프, 실내 인테리어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최첨단 기능과 각종 편의 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출시를 앞두고 ‘전혀 다른 차가 나온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신차 수준으로 디자인을 개선했다”며 “부분 변경 모델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라고 소개했다.
제네시스는 G90 띄우기에 나섰다. 오는 9일부터 서울 인천 대전 부산 등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쇼룸을 운영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G90은 제네시스에 ‘큰 형님’ 같은 존재다. 기술력이 집약된 최상위 세단이자 브랜드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먼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뿐 아니라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공세에 따른 가격경쟁 구도도 이겨내야 한다.
지난달 EQ900은 전년 동월(774대)보다 60.1% 급감한 309대 팔렸다. 올 들어 누적 기준으로는 6688대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1만553대) 대비 36.6% 뒷걸음질 쳤다.
올해 출범 3주년을 맞은 제네시스 전체 내수 판매 또한 주춤하고 있다. 독립된 첫해인 2015년 9159대였던 판매량은 이듬해 6만6278대까지 뛰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5만6616대, 올 1~10월은 4만9689대에 그쳤다.
업계에선 G90이 신차급 변화를 예고한 만큼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리스와 임대가 많은 법인영업의 교체 주기(3년) 또한 맞물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G90은 2015년 12월 출시 이후 3년여가 지났다”며 “개인 구매자 외에 통상 연말에 임원인사를 하는 기업들의 차량 교체 수요까지 노릴 수 있어 시점이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아픈 손가락’도 있다. 미국 시장 판매 부진과 SUV 라인업의 부재다. 올 한 해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9281대 팔렸다. 전년 동기(1만6870대)보다 44.9% 급감했다.
현대차와의 판매 분리 방안을 두고 현지 딜러와 갈등을 빚어 스포츠 세단 G70은 당초 계획보다 판매가 늦어졌다. 이 밖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SUV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G90을 시작으로 ‘진정한 신차’ 라인업을 꾸린다는 목표다. 내년 하반기 완전 변경을 거친 G80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내년 초 첫 번째 SUV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SUV 라인업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늦어도 내년 초 SUV 모델인 GV80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을 앞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EQ900 / 사진=현대차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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