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에 노출된 달러 채권 상품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커지고 있다. 달러 가치는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수익률 방어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상품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20일까지 15.6% 하락했다. 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 주식으로 구성된 MSCI 세계지수(ACWI)도 같은 기간 5.7% 하락했다. 반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4.6%, 원·달러 환율은 5.2% 올랐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신흥국 증시가 내린 영향도 있지만, 증시 환경이 불안해지자 투자자가 안전자산인 달러 자산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최근 환헤지를 하지 않은 달러 채권 상품이 증권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형래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 자산은 대부분의 투자 자산과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며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기보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환헤지를 하지 않는 달러 자산을 일정 비중 담으면 좋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원·달러 환율과 신흥국 주식은 -0.7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신흥국 주식이 1% 떨어지면 달러 자산 가치는 0.7% 오른다는 뜻이다. 한국 주식(-0.2), 글로벌주식(-0.3), 리츠(-0.8), 금(-0.6), 한국 채권(-0.5) 등 대부분 자산이 달러와 반대로 움직였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노출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풋옵션 매수’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며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 손실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환노출 달러 채권 상품이 최근 잇달아 출시되면서 개인도 쉽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월 ‘TIGER 미국채 10년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미래에셋 미국달러채권1 펀드’를 선보였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환헤지를 하지 않은 ‘KODEX 미국채 10년 선물 ETF‘를 상장했다. 환노출 미국채 선물 ETF 40%, 한국 주식 60%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면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전망돼 환노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급등한 환헤지 비용이 환헤지 상품의 수익률을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주형래 연구원은 “지난달 기준으로 평균 환헤지 비용이 연 1.3%까지 높아졌다”며 “환헤지를 하면 수익률 1.3%를 손해보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환헤지 비용 부담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기관들도 해외 투자 시 환헤지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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