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은행인 SBI는 2017년 금융·비금융 통합 쇼핑 플랫폼 ‘요노(YONO)’를 출시했다. ‘당신이 필요한 건 단 하나(You Only Need One)’란 뜻의 이 앱은 SBI와 파트너사의 금융상품 30여 개는 물론 여행·교육·패션 등 14개 분야의 전자상거래 업체 100여 곳의 상품을 판매한다. 매일 접속 건수만 1000만 건인 요노에선 올해 비금융 상품 거래만 119만여 건, 대출은 월 평균 200억루피(약 3142억원)씩 이뤄졌다. 요노는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SBI는 “핀테크 슈퍼 앱으로 키울 것”이라며 직접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재무적 이익보다 고객 접점과 데이터 확보의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슈퍼 플랫폼’은 국내 은행에선 나오기 어렵다. 은행법은 은행이 비금융 서비스를 직접 영위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신한은행의 음식 배달 앱처럼 은행이 비금융 사업에 도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조차 최대 사업 기간은 5년 반으로 제한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직접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도입하는 대신 제휴·지원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나마도 국내 은행·보험사는 비금융 분야 스타트업에는 지분 투자도 15% 이상 할 수 없다.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최근 모빌리티 기업 타다 지분 60%를 인수한 토스와 같은 대규모 베팅을 금융사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맞춰 기존의 칸막이 규제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장은 “금산분리가 가장 엄격했던 일본도 은행 업무 범위를 디지털·물류·유통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은행이 진정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투자자문업을 은행 겸영 업무에 추가하고 부동산·헬스케어·자동차·유통 등 비금융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융·비금융 원스톱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금융사에 비대칭적인 규제는 시장 경쟁을 왜곡시키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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