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가상자산 정보 업체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상자산 시장점유율은 58%를 돌파했다. 2021년 3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올 한 해 비트코인은 시장점유율을 가파르게 늘려왔다. 지난해 대비 증가율은 13.74%에 이른다.
이러한 배경은 연초 이뤄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다. 블랙록 등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줄지어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출시하면서 기관 자금이 대거 비트코인으로 유입되고 있다. 현재까지 시장에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은 모두 36개로 전체 운용 자금 규모는 610억 달러(약 83조 1552억 원)까지 불어났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기 이전부터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며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했다”면서 “승인 이후부터 3월까지도 증시 자금 유입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점유율을 높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가 개막하며 전통 금융권이 바라보는 비트코인의 지위가 변화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비트코인이 엄연한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담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도 이달 11일(현지 시간) 열린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비트코인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자산군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의 부진은 길어지고 있다. 15일 이더리움의 시장점유율은 1년 전에 비해 22% 떨어져 14%대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에 이어 출시된 이더리움 현물 ETF의 인기는 기대 이하였다. 최근 시장조사 기관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의 이더리움 현물 ETF 총 운용 자산 규모는 비트코인의 9분의 1 수준에 그친 68억 달러(약 9조 2554억 원)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비트코인의 강세가 이더리움과 다른 알트코인으로 퍼지던 상관관계가 깨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금융권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하면서 다른 가상자산과의 디커플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메타버스처럼 그간 가상자산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던 내러티브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비트코인에 몰린 유동성이 다른 알트코인으로 원활히 옮겨가지 못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아서 헤이스 비트멕스 설립자도 “기관들이 현물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만 자금을 계속 쏟으면서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며 “알트코인의 유동성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더해 올해 상반기 진행한 이더리움 ‘덴쿤 업그레이드’도 결과적으로 이더리움 매수세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더리움 재단은 올 3월 이더리움 네트워크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해 덴쿤 업그레이드를 실행했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거래 수수료(가스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였다. 김 리서처는 “이더리움 레이어2 사용 수수료가 줄어들면서 레이어2 사용자·거래량이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이더리움 소각량이 감소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립토퀀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덴쿤 업그레이드를 이더리움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안정적인 매수세·가치 상승 등 이더리움의 강점이 퇴색되면서 이른바 ‘초건전화폐(울트라사운드머니)’의 지위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이더리움을 대체할 만한 경쟁 블록체인들도 급성장하며 이더리움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 특히 솔라나는 올해 ‘밈코인’ 열풍을 주도하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크게 키웠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솔라나 가격은 1년 사이 6배 오르며 이더리움 10배 수준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덩달아 시장점유율도 3%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출시된 신생 블록체인 수이도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올 한 해 수이는 446%의 가격 상승률을 나타내며 시총 17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는 “이용자들이 이더리움보다 더 빠른 레이어1 네트워크인 솔라나·수이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더리움이 여전히 시장 선점에 따른 이점을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솔라나와 수이·앱토스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