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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시중은행 신탁 수수료 '뚝'

입력: 2021- 02- 26- 오전 03:22
© Reuters.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시중은행 신탁 수수료 '뚝'

자료=각 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4대 시중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로 신탁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은 신탁 영업으로 거둔 수수료 이익이 1년 새 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10% 가량 감소한 펀드 판매 수수료 부문보다 하락 폭이 큰 은행권 신탁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4대 은행 신탁 수수료 31.8%↓…7년만에 역성장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탁 수수료 이익은 638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9360억원)과 비교해 31.8%(2980억원) 줄어든 규모다. 신탁 수수료 수익이 역성장한 것은 2014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작년 말 4대 은행이 신탁 상품 판매를 비롯해 각종 수수료 사업으로 거둬들인 총 수수료 이익은 3조612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647억원) 대비 13.2%(5524억원) 감소했다. 1년새 신탁수수료가 2980억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수수료 이익 감소분의 절반 이상은 신탁 수수료 영향인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4대 은행 모두 신탁 수수료 규모가 축소됐다. 감소 폭이 가장 큰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신탁 수수료 이익은 1690억원에서 930억원으로 45.0%(760억원) 급감했다. 하나은행이 2130억원에서 1371억원으로 35.6%(759억원) 줄었고, 신한은행은 2461억원에서 1741억원으로 29.3%(720억원) 감소했다. 수수료 수익 규모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도 3080억원에서 2340억원으로 24.0%(740억원) 줄었다.

출처=금융감독원

사모펀드 사태 역풍…"비대면 신탁 가입 등 활로 개척"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탁 수수료 이익이 뒷걸음질 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이 자리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후속조치로 은행권 특정금전신탁의 대표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DLS)과 주가연계신탁(ELT)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에 제한을 뒀다. 특히 ELT의 경우 2019년 11월 말 잔액인 34조원을 기준으로 당시 은행들이 보유한 잔고 이상으로 판매를 금지하도록 해 판매 총량에 상한선을 그었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투자상품을 다루며 재산신탁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재산신탁의 하나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대상을 선택하는 신탁 상품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면 신탁사는 이를 그대로 따르는 구조로 운영된다.

금융당국 조치에 4대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보유량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83조5215억원으로, 전년 동기(85조1539억원)보다 1.9%(1조6324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재산신탁 가운데 특정금전신탁의 비중도 50.1%에서 46.5%로 내려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T 판매량이 준 게 신탁 수수료 수익 감소의 주 원인"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ELT 환매가 돼야 하는 데 환매되지 않은 부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역풍은 은행권의 펀드 판매 수수료 부문보다 신탁 수수료 부문에 더욱 거세게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신탁 수수료 이익은 31.8%나 급감했지만, 펀드판매 수수료 이익은 13.6%(3033억원→2195억원)로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여기에는 증시 호황과 함께 증권 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탁 부문도 저금리 시대의 대안 중 하나임에도 증시로 향하는 고객들의 발걸음을 멈춰세우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신탁 영업으로 활로를 찾아보려 했으나, 신탁 상품의 한계상 비대면에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작년 일부 은행에서 ELT와 ETF도 비대면 신규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완전 비대면을 이루고 고객들의 비대면 신탁 가입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4대 은행의 신탁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판매 제한 조치까지 이뤄진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2조원 가까이 줄어든 반면, 재산신탁의 일종인 동산·부동산 신탁은 5조원가량 불어났다.

다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부동산신탁 부문은 기업여신의 담보신탁과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에 금전신탁 부문이 어려우니 풍선효과로 재산신탁이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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