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는 9월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지만 글로벌 증시는 그렇지 못했다. 미국증시를 살펴보면 S&P 500지수는 9월 한 달 동안 3.9% 하락해 3월 이후 첫 하락을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하락폭 역시 각각 2.3%, 5.2%에 달한다. 그러나 하락 자체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특별히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상승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가 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TF 시장에 한해서 살펴본다면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9월 한 달 동안 미국 상장 ETF에는 352억 달러가 순유입되어 자산유입 강도가 조금도 꺾이지 않고 있다. 금년 연간 누적으로 살펴보면 ETF 자산순유입 규모는 3,180억 달러에 달한다. 참고로 증시가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 1년 동안 ETF 누적 자산유입규모가 3,263억 달러였다. 금년에는 9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전체 자산유입규모를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 금년 글로벌 자산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는 미국 증시 역사상 ETF에 대한 자산 유입이 두 번째로 많았던 해였다. 금년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순조롭게 자산이 계속 유입된다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17년(4,761억 달러 순유입)과 대등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섹터 별로 살펴보면 주로 주식형 ETF 중심으로 많은 자산이 유입되었다. 미국주식 ETF에만 한 달 동안 110억 달러가 유입되었고 글로벌 주식형 ETF에는 80억 달러, 채권형 ETF에도 88억 달러가 유입되었다. 이 결과를 보면서 한 가지 상기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번 달을 기점으로 자산유입의 방향이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회사채 ETF에서 자산이 유출되는 정황이 포착된다. 알다시피 3월 변동성 장세에서 미 연준은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회사채 ETF 매수를 시작한 바 있다. 이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으며 회사채 ETF는 지난 몇 달 동안 미국 ETF시장에서 가장 인기 좋은 투자대상으로 떠올랐었다. 대표적 회사채 ETF LQD에 대한 금년 누적 자산유입규모는 164억 달러로 AUM의 29.7%에 달한다. 2,000여개가 넘는 상장 ETF 중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9월에 한해서 살펴보면 LQD에서는 8.8억 달러가 순유출되어 주식형 ETF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회사채 ETF로부터의 자산유출은 투자등급보다 하이일드에서 더 적나라하게 관찰된다. 9월 한 달 동안 자산유출 1위 ETF가 바로 대표적 하이일드 ETF인 HYG이다. 또 다른 대형 하이일드 ETF JNK도 자산유출 순위 4위에 올라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9월 증시하락과 연결된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월 이후 증시 급반등을 이끌었던 원동력은 다른 무엇도 아닌 연준의 유동성 투입이었다. 그 연준이 7월 이후 돈 풀기를 잠시 멈추고 있다. 자산시장 반등을 모니터링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겠지만 연준이 매수하지 않으면 증시도 멈추고 회사채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연준은 결코 유동성 투입 자체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시는 잠시 쉬더라도 다시 달릴 것이고 회사채 ETF에도 다시 자산유입이 시작될 것이다. 최근 증시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ETF에 대한 매수열기가 식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9월 한 달 동안 자산유입이 가장 많았던 ETF는 S&P 500을 추종하는 IVV (NYSE:IVV)이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종목 역시 각각 미국 전체 주식과 S&P 500에 투자하는 VTI와 VOO이다. 이 결과만을 본다면 미국증시 추가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