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6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불난 데 기름을 붓는다,"는 말은 모두 들어보았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에너지 트레이딩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이번 주, 본의 아니게 이 표현이 어떤 상황을 나타내는 것인지를 직접 선보이고 말았다.
모건스탠리는 화요일, 유가가 4일 연속 반등해 총 65%의 상승폭을 기록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심각한 수급 불균형 상황이 이미 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2주 전 WTI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뒤 V형 회복만을 기다리던 원유 상승론자들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WTI는 화요일 폐장 시점까지 추가로 20% 상승했으며, 시간 외 거래에서는 약 1개월 고점인 배럴당 $25.73을 기록했다.
영국의 브렌트유는 화요일에만 14%, 4월 27일부터는 6일 연속 총 55% 상승했다. 마감 뒤에는 4월 14일 이후 최고점인 $32.18을 기록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WTI와 브렌트유에서 보이던 콘탱고 현상이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최근월물을 보유할 경우의 리스크가 몇 주 전,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아예 이탈하거나 인수 시점이 훨씬 먼 상품만을 사들이던 때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는 뜻이다. WTI의 화요일 콘탱고 폭은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2주 전에는 그 10배에 달했다.
중요한 것은 시기
시장이 이렇게까지 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흔히 말하는 "시기의 문제"였을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원유의 수급 역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발언하기 바로 전날 발표된 데이터에 의하면 현재 미국 원유 재고의 증가 속도는 지난 2주처럼 격렬하지 않으며, 저장 공간도 당초 예상처럼 빠르게 동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월요일, 새로운 오클라호마 쿠싱 허브의 원유 재고 예측치가 발표되면서 WTI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쿠싱 허브는 만기된 원유 선물의 인도지이며 원유를 실제로 저장해둔 장소다.
쿠싱 허브의 재고 파악으로 널리 알려진 에너지 정보업체 젠스케이프(Genscape)는 이번 월요일, 5월 1일로 끝난 주 쿠싱 허브의 재고가 18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4주 동안의 주간 재고 증가폭이 평균 500만 배럴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다.
2주 전, 만기를 코앞에 둔 5월 인도 WTI 선물의 가격을 3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까지 끌어내렸던 것은 쿠싱 허브의 저장 공간이 넘칠 것이라는 공포였다.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에 의하면 쿠싱 허브의 저장 용량은 7,600만 배럴로, 4월 24일에는 이미 6,340만 배럴이 저장된 상태였다.
트레이더들은 지난 2개월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붕괴한 원유 수요와 브렌트유 저장 공간에 대한 우려로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다: 쿠싱 저장고는 5월 안으로 넘치게 될 것이며, 미국에서 생산된 원유는 갈 곳을 잃게 되리라는 것이다.
상황 전환? 아니면 단순한 눈덩이 현상일까?
수많은 투자자들이 지난달 목격했던, 만기된 WTI 선물을 인수해달라고 오히려 돈을 지불해야 했던 모습을 기억에서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달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던 이들에게 젠스케이프의 쿠싱 허브 재고 예측은 WTI의 상황이 크게 뒤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쿠싱 허브의 재고 외에도 달라진 것이 있다. 미국 50개 주 대부분이 3월 중순부터 시행되었던 코로나19 봉쇄를 일부나마 해제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가솔린과 디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제트 연료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원유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모건스탠리만이 아니다.
에너지와 상품 시장 예측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역시 지난 금요일, 원유가 안도 반등으로 시작해 주기에 따른 공급 위축, 그리고 구조적인 가격 재조정으로 이어지는 "3단계에 걸친 반등"을 앞두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고 상황이 개선되면서 월스트리트의 양대 투자은행이 상승 전망을 제시하기까지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눈덩이 현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지만 낙관적인 강세장 이야기가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고려해봐야 하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이쪽 역시 이번 주 반등세로 이어진 바로 그 전망에서 시작된다.
투자자들이 받아들인 것은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의견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모건스탠리가 원유에 대한 입장을 전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혀두고 있다.
원유와 관련된 적신호로 제시된 것은 다음과 같다:
- 재조정은 장기간에 걸쳐 간헐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 상품은 단기적인 약세를 "보아넘길 수 있는" 주식과는 다르다. 상품의 수급은 매일같이 균형을 찾아야 하며, 과잉공급은 과잉공급이다.
- 원유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에 시달릴 것이며 재고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골드만삭스 또한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안도 반등 이후로 원유 강세장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원유는 실질적 자산이며, 우선 2020년 하반기 안으로 재고 과잉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주식과 같은 금융 자산의 반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나치게 빠른 반등?
화요일 폐장 뒤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API)가 발표한 원유 재고 데이터 역시 신중한 태도를 권하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API는 쿠싱 허브의 재고가 젠스케이프의 예상인 180만 배럴이 아닌 270만 배럴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EIA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90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한 반면 API는 840만 배럴의 재고 증가를 제시했다.
가솔린 재고는 220만 배럴 감소했을 것이며, 디젤과 난방유로 가공되는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610만 배럴 증가했다는 것이 API의 주장이다. EIA는 가솔린이 370만 배럴 감소, 디스틸레이트가 50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목요일 10:30 AM ET (14:30 GMT)에 발표될 EIA의 주간 원유 재고 데이터는 API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지 판단할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EIA 데이터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번에도 상승론자들이 기대에 벅차 시장을 앞질러 나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주장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선임 애널리스트 퍼 마그누스 니스빈(Per Magnus Nysveen)은 "원유 시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라고 말한다.
“기존의 문제점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도 않았으며, 한정된 저장 공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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