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시드니 셀던(Sidney Sheldon)은 자신의 작품인 '여자는 두 번 울지 않는다(The Best Laid Plans)’에서 야망에 눈이 먼 나머지 자신의 계획을 완전히 무너트릴 수 있는 숙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주인공을 다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 에너지 장관은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마주해야 하는 가장 큰 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OPEC 회원국 내 믿을 만한 인사들과 영향력 행사자들과 수많은 개별 만남을 거쳐 이번 목요일부터 이틀 간에 걸쳐 열리는 회의에서 추가적인 감산이 필요하다는 설득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2018년 12월, 주요 동맹국인 러시아를 위시한 OPEC+는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18개월 저점인 배럴당 $50을 밑돌던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일 120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브렌트유가 평균 $65에 거래되던 7월에는 이 감산안을 2020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 4월 고점인 배럴당 $75에 비해서는 낮지만 연간 12% 상승한 $62를 기록했다. 지난 금요일까지 원유 트레이더들이 알 수 있었던 것은 OPEC 회원국 사이의 회의가 열린 다음날인 12월 6일 OPEC+가 만나 3개월의 감산 연장 여부를 논한다는 사실뿐이었다.
시장을 뒤흔든 새 OPEC 감산안
그리고 월요일, 시장은 OPEC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일일 160만 배럴의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대격변을 맞았다. 현재 감산안에 비해 400,000 배럴 늘어난 수준이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라크나 나이지리아 등 "상습 초과생산국"이 2018년 합의안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러시아 에너지 장관인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은 OPEC+가 현재 감산안이 만료되고 한달 뒤인 4월까지 기다려본 뒤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개월 연장 이상의 움직임을 취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태도였다. 하지만 지금 압둘아지즈 장관은 3분의 1에 달하는 추가 감산을 위한 로비를 진행 중이며, 감산 할당량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라크를 포함해 상당수의 OPEC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신 감산 도박을 지지할지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제 지적했다시피, 러시아의 협력은 2016년부터 유가 지지를 위한 OPEC의 시도에서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OPEC의 추가 감산에 불만을 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OPEC에 문제를 안겨주기 마련이다.
아람코에 '깜짝 선물'을 안기고 싶은 사우디
압둘아지즈 장관의 최근 움직임이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목요일, OPEC 회담 개시와 같은 날 IPO 가격을 발표하는 국영 원유 기업인 아람코에게 "깜짝 놀랄 만한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목표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OPEC의 시장 조작에는 반대한다. 고유가는 미국 가솔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미국 경제와 더불어 2020년 재선 가능성에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과연 아람코에 신경을 쓸까?
뉴욕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창립 파트너이자 원유의 정치적 함의에 대한 전문 평론가인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성공적인 아람코 상장을 바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트럼프가 2020년 재선보다 아람코를 중요하게 여길 것 같은가?”
로이터의 원유 애널리스트 존 켐프(John Kemp)는 지난 5월 블로그에 "2016년에도 2020년에도 자신의 지지층에는 중서부 운전자들의 비중이 텍사스의 원유 채굴업자들보다 높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은 정확한 것이다,"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잃을 지지층이 하락으로 잃을 수 있는 지지층보다 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OPEC과의 싸움에 열과 성을 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란 제재 예외권 발급을 다시 고려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의 관계를 백분 활용해 증산을 유도하고 그에 따른 저유가로 한숨 돌릴 여유를 누렸다. 그리고는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게 제재 예외권을 발급해 시장에 원유가 범람하게 했다. 유가는 이 움직임으로 2달 만에 40%의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을 얻어내고 같은 책략을 펼칠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OPEC의 추가 감산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이 긴축될 경우, 금년 내내 유지된 양국 사이의 적대 관계와는 별개로 제재 예외권 발급이나 이란과의 외교적 합의를 고려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킬더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다.”
…아니면 원유 관련 트윗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선택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고유가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주는 타격에 대한 부정적인 트윗을 쏟아내는 것이다.
아마 이런 형식의 트윗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가솔린 가격이 상승했지만 그들은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양방향 도로가 되어야 한다. 당장 가격을 낮춰라!"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에너지 가격 이야기를 할 때 언급하는 "그들"이 OPEC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이런 트윗들이 장기적으로 유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수량화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브렌트유와 WTI는 이미 특히 공격적인 트윗이 쏟아진 다음날 2%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던 전적이 있다.
무역전쟁 역시 저유가 유지에 도움
심지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트윗을 작성하면 대부분의 경우 유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언제쯤 OPEC과의 싸움에 전념할지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3에 근접할 때가 되면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미국자동차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에 의하면 가솔린 가격은 몇 달 내내 평균 $2.60이나 그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원유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유다.
셰일유와 비OPEC 국가 산유량을 잊지 말자
물론 유가와의 전투에 직접 나설 필요조차 없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산유량이 다시 증가할 정도로 유가가 상승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에는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원유의 보루나 다름없는 셰일유 생산이 금년 들어 둔화되었다고는 해도, 세계 최고치인 일일 1,290만 배럴의 산유량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블룸버그의 월요일 보도처럼 OPEC은 셰일유의 전성기가 미국 채굴업자들의 지속적인 감축으로 2020년에 끝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에 대담한 베팅을 걸었다. 하지만 브라질과 노르웨이라는 비OPEC 국가들의 산유량 증가라는 새로운 고난이 OPEC을 기다리고 있다.
요약하자면, 압둘아지즈와 OPEC에게는 수많은 적이 있는데 개중에서도 트럼프는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숙적이라는 것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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