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9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칼리드 알 파리(Khalid al-Falih) 장관은 유가가 휴일부터 내년 연초 사이, 감산이 실제로 진행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어떤 아수라장에 떨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가는 12월 7일, OPEC과 러시아, 그리고 그 외 협력국이 1월부터 6개월에 걸쳐 일일 12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배럴당 $6 가까이 하락했다.
OPEC의 감산 발표까지의 2달 사이에 배럴당 $25에 달하는 가치를 상실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난 2주 사이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고작 2개월 안에 40% 하락
물론 종합해서 생각한다면, WTI 원유와 영국의 브렌트유가 10월 초의 4년 고점인 $77와 $87 선에서 각각 배럴당 $30 하락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수치다.
하지만 시장에 남은 몇 안 되는 매수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40%에 달하는 하락폭이 아니라, 앞으로 가격이 어디로 갈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OPEC 회담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배럴당 $50 선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화요일의 7% 하락 - 지난 4주 사이 이 정도 폭으로 하락한 것은 3번째다 - 뒤, 그 기준은 $4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로 바뀌었다. 유가가 이 수준까지 추락했던 것은 2016년 8월의 첫 미국산 셰일유 공급 과잉 사태 이후 처음이다.
미국 과잉생산에 러시아와 사우디 합류
뉴욕 소재 글로벌 마켓 펀드 50 파크 인베스트먼츠(50 Park Investments)의 창립자인 아담 사란(Adam Sarhan)은 비슷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의 과잉 공급에는 미국만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산유량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사란은 투자자들을 더욱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은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라고 주장한다:
“원유 매수자들은 유가가 $40 아래로 하락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은, 첫 셰일유 사태 때에는 원유가 $25 선에서 거래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극단적인 하락장에서는 좋은 소식을 배제하고 매도 이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30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선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술적인 면에서 거기 걸맞는 악화 징조가 보일 것이다."
이번 주 미국과 사우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는 소식을 감안한다면 이미 상황이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EIA가 월요일 발표한 월간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7개 주요 셰일유 분지의 시추량은 연말에 일일 800만 배럴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며 올해 평균 생산량은 일일 1,109만 배럴, 최대 생산량은 일일 1,170만 배럴이다. 2019년의 생산량은 올해 평균보다 일일 120만 배럴 높은 1,210만 배럴 선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이론적으로 OPEC의 향후 6개월 감산 계획을 무효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로이터는 화요일, EIA의 발표와는 별개로 러시아가 올해 일일 1,14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은 9월에서 10월 사이 743.3만 배럴에서 770만 배럴로 상승했다.
엘 샤라라 유전이 민병대에게 탈취된 뒤 리비아 석유공사가 발표한 일일 385,000 배럴에 달하는 수출 불가항력 선언 등이 불러온 긍정적인 소식을 상쇄할 정도의 수치다. 러시아 에너지 장관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이 수요일, 2019년 1분기 일일 228,000 배럴의 감산을 추진하기 위해 자국 정유회사 경영진과 만날 예정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도 상황 부추겨
불안정한 미국 주식 시장과 15년의 최저 수준인 중국의 소매 판매 실적, 영국 경제를 사상 가장 취약한 상태에 빠트릴 수 있을 브렉시트 혼란 역시 유가에 타격을 주었다.
뉴욕 에너지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Energy Management Institute)의 도미닉 처리첼라(Dominick Chirichella)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원유 시장이 하락세인 것에 더해, 세계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들의 영향으로 2019년 원유 수요가 약화되고 있다."
원유 시장의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하더라도 매도세가 이어질 이유는 2가지 더 있다: 지금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휴가를 떠나며 거래량이 감소한다는 것과, 이 인간 투자자들을 대신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모델들이다. 이 컴퓨터 구동 트레이딩 모델들은 돌파 가능한 기술적 저점을 향해 움직이며, 거래량의 감소는 하락세의 영향을 보다 부추겨 자기실현적 예언을 완성한다. 매도가 매도를 낳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노스 캐롤라이나 던햄에 위치한 (ICAP)의 애널리스트이자 브로커인 스콧 셸톤(Scott Shelton)은 시장 전반에 구매 의지가 있는 매수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알고리즘들은 아주 작은 매입 주문도 배제하기 위해 약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쪽이 보다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시장이 입는 타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달이나 매입측에 남아있는 것이 대체 누구인지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난 2달 사이 몇 번의 원유를 매수하며 손해를 본 뉴욕 PSW 인베스트먼츠의 필 데이비스(Phil Davis)는 당연하게도 그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매도도 매수도 하지 않는다."
데이비스 역시 사란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 WTI가 금년 안에 근본적인 지지선인 $40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원유는 그 어떤 존중도 받을 수 없으며, 우리는 시장 분위기를 통제할 힘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