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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 11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사실상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관련해 하나같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30일 공개한 2024년도 제1차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5명의 금통위원들은 모두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거나 아예 차단하는 발언을 내놨다. 아울러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A 위원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안착시키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고통을 감수하며 쏟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사례를 과거의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물가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수해 온 고금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금리는 민간 부채를 줄여 미래의 소비와 투자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며 "불황은 고통스럽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부문을 정리하고 자원을 보다 생산적인 곳에 쓰이게 하는 소위 클렌징 효과(cleansing effect of recessions)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고 고금리 부작용은 필요 시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수단으로 적절히 대응하면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B 금통위원도 마찬가지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물가가 기조적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당 폭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목표 수준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한 기간 동안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C 위원의 경우 물가 상방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그는 "향후 관리물가 인상 속도와 에너지, 농수산물 가격의 불확실성, 정부의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에 따른 영향, 누적된 공급충격의 물가 파급 속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물가 상승률의 상방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발(發)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시정책이 아닌 미시정책이 우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C 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는 등 금융 불안 요인이 잠재한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특정 부문의 금융 불안 요인이 현실화하는 경우 미시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당분간 전망 경로 대비 실물경제와 물가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전망 경로 대로 충분히 하락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D 위원은 국내 물가가 올해도 상승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 충분히 낮아졌다고 볼 수 없는 데다 경제 주체들의 물가에 대한 민감도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여 잔존 가능성이 있는 가격 조정 모멘텀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지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다양한 지표를 아우르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역설했다.
그는 "물가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기까지는 인플레이션의 흐름과 통화정책 파급 경로상 주요 지표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긴축 기조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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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위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면서 '1년 이상'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돌 것이라고 언급했다.
E 위원은 "물가가 앞으로도 1년 이상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 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상당기간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있어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와 기대 안정 여부를 우선시하면서 국내 수요와 민간부채 상황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유상대 부총재, 조윤제·서영경·신성환·장용성 등 모두 6명의 위원이 참석한 채 치러졌다. 금통위는 원래 7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지난달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자리가 비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