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상진 기자] 현대차가 고려아연에 52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배터리 동맹이 결성됐다.두 회사는 2차전지 사업을 위한 광산 개발, 폐배터리 활용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으로 황산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는 등 니켈 제련 사업에 진출하겠단 계획이다.
◇ 사업제휴목적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공시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 해외 계열사인 HMG Global LLC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HMG Global LLC에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주당 가격은 50만4333원으로 총 거래금액은 약 5272억원이다.
신주발행단가는 50만4333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약 7.5% 할인된 가격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3년 10월 6일이다.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과 이번 전략적 사업 제휴를 통해 ▲핵심 원재료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공동사업 추진, ▲배터리 중간재, ▲전구체 및 원소재(니켈, 코발트 등) 공급, ▲재활용 협력을 통한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 ▲미래사업 확장 협력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 고려아연의 니켈 사업 진출 공식화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약 5063억원의 설비투자로 니켈금속 기준 4만2600톤 생산능력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국내 온산에 위치한 1만7200평 부지를 활용할 예정이며, 2025년 5월 준공, 2026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경제성 평가 결과로 연 매출 1조3600억원, EBITDA 1358억원의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니켈 제련 경쟁사들과는 달리 중간재(MHP, Matte), Nickel Residue, 블랙매스, 공정스크랩, 폐배터리 등 다양한 형태의 원료를 처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할 계획이다.
기존 아연, 연 제련 비즈니스처럼 타겟 메탈인 니켈 외에도 부산물(리튬, 코발트, 망간 등)을 추가로 회수하여 판매할 방침이다. 파우더, 용액, 전구체 등 다양한 형태로 납품 가능한 것도 차별화 요소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연 제련에 있어서 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이기에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만 가능하다면 니켈 제련사업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니켈 제련소의 본격적인 가동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점과 현재 기존 본업인 아연과 연 제련 업황이 부진하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니켈 제련소 사업 주체 계열사 켐코
올인원 니켈 제련소 사업 주체는 황산니켈(10만톤 CAPA)을 생산하고 있는 계열회사인 켐코가 될 예정이다.
현재 지분 구조상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금액 중 약 1500억원을 켐코 지분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니켈 업력이 축적된 켐코를 기반으로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 주체가 고려아연이 아닌 켐코라는 점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며 "켐코에 대한 내부적인 가치 평가 및 향후 최종 지분율 정도, 올인원 니켈 제련사업의 실질적인 수익성과 경쟁력 정도 등에 대한 확인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완성차 업체 현대차와 동맹은 긍정적
한편, HMG Global LLC는 현대차그룹의 합작 미국법인으로, 현대차 (KS:005380), 기아, 현대모비스가 각각 5: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분야 투자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로봇 기업 Boston Dynamics의 대주주로 알려진 업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배터리 밸류체인의 핵심 중 하나인 완성차 업체와 사업제휴를 맺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동맹으로 핵심 원료 수급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대규모 물량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를 확보한 점은 신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긍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