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배당’으로 이름을 떨쳤던 식품업계가 지난해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일제히 주주 배당을 확대했다. 시장의 주주환원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KS:003230)(003230)은 최근 2022년 사업연도 배당금을 주당 1400원으로 책정했다. 이중 800원은 지난 상반기 중간배당으로 지급했다. 2022년도 배당금은 1년 전 1000원과 비교해 400원 인상됐다. 같은 기간 배당 총액도 75억3260만원에서 104억5584만원으로 40% 늘었다.
농심(004370)은 50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농심의 배당금은 2021년 4000원과 비교해 1000원 올랐다. 배당 총액(289억1312만원) 역시 전년 231억3049만원 대비 25% 증가했다. 농심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18년 연속 4000원의 고정 배당을 실시해온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KS:005300)(005300)는 지난해 결산 배당액을 보통주 3300원, 우선주 3305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00원 오른 수치다. 보통주 기준 2022년 롯데칠성의 배당 총액은 331억8271만원으로, 전년 297억5038만원 대비 12% 증가했다.
오리온 (KS:271560)(271560)은 주당 배당금을 750원에서 950원으로 200원 올렸다. 2022년 총 배당 규모는 375억5234만원으로, 1년 전 296억4659만원과 비교해 27% 늘었다.
‘불닭볶음면’ 제품 이미지. 출처=삼양식품
식품업계 배당 증액에는 지난해 호적실을 거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라면 수출 호조로 매출액(9090억3657만원)이 전년 대비 42% 급증했다. 농심도 미국, 중국 등 해외법인이 실적을 견인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식품기업이 배당에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던 만큼 특히 이번 배당 확대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농심의 경우 ‘2022년 한국ESG기준원(KCGS) ESG 평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주주 고정배당을 문제로 지적받은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배당 확대는 주주환원 정책을 뒷받침하는 가장 효과 있는 수단”이라며 “기업들이 연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10%~2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배당성향이 과도하게 높을 때에는 기업의 사업 투자 여력이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져 그만큼 미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배당금이 자칫 대주주의 경영 승계에 편법적으로 동원될 가능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