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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박상인 기자] 미국 제약사 머크 (NYSE:MRK)(MSD)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몰누피라비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이 임박하면서 국내 백신 관련주들이 최근 한 달간 크게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에 향후 백신 관련주 평가에 엇갈린 의견을 내고있다.
지난달 1일 머크는 코로나19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 중 7.3%만이 입원했고, 사망자는 한명도 없었다. 가짜약을 먹은 비교군에서는 14.1%가 입원했고 8명이 사망했다. 몰누피라비르 알약이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가능성을 50%가량 낮춘 셈이다.
머크는 9월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도 10월 25일 치료제에 대한 롤링 리뷰(허가신청 전 사전검토 절차)를 시작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인구에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대안이 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에서도 백신 조달이 원활하지 않다면 경구용 치료제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이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아이진, 셀리드, SK바이오사이언스 (KS:302440) 등 백신 개발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개발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먼저,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EG-COVID' 1·2a상을 진행하고 있는 아이진은 9월 1일 장중 6만2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2일 오전 11시 27분 현재 2만5200원으로 주가가 반토막난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1' 을 개발하고 있는 셀리드도 상황이 비슷하다. 셀리드는 지난 8월 31일 장중 14만5000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2일 현재 장중 7만4500원에 거래 중이다.
다만, 셀리드가 곧 임상 2상 후기 및 3상 시험계획서 제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월 들어 6~7만원을 횡보하고 있다. 회사 측은, 허가 전 사실상 마지막 임상단계로 글로벌 공급을 염두에 두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다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하며 대조군 백신은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이밖에도 코로나 백신 'GBP510' 임상 3상에 돌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리나라 1호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8월 17일 장중 36만20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이후 계단식 하락을 보이며 2일 현재 23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고점대비 35% 하락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신한금융투자 이동건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의 경쟁력을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GBP510'은 합성항원 방식 백신으로 여전히 백신 수요가 높은 신흥국들에서 mRNA 백신 대비 물류, 유통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은 높다"고 언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KS:302440)는 전세계에서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임상 3상을 통해 GBP510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중간 데이터를 확보해 국내에서 신속하게 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다.
최근 머크는 제품 출시를 서두르면서 100여개 개발도상국에 낮은 가격으로 복제약을 공급할 수 있도록 무료로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몰누피라비르의 생산 원가는 2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기존 가격(82달러)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몰누피라비르의 안전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머크가 임상조건에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제외하는 조건을 명시한 것이 ‘기형아 발생’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인지했다는 주장이다.
MSD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이와 관련해 적극 해명했다. 김요한 한국MSD 의학부 상무는 “임산부 대상으로 개발하는 신약이 아니라면,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배제하는 건 매우 교과서적이고 일반적인 일”이라며 “기형아 발생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논란이 국내 백신 개발 관련주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상인 기자 si2020@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