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KS:005930) 반도체 클린룸. 출처=삼성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국내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반기는 반도체가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증권가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00원(2.40%) 상승한 8만1,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장중 고가 8만100원) 이후 13거래일 만에 8만원선을 회복한 셈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전일 대비 3.88%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왔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D램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에 이어 오는 10월에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가격은 1월 5%, 4월 26.67% 상승한 것에 이어 지난달에는 7.89% 올랐다”며 “D램 가격은 지난 4월 이미 고점에 근접한 이후, 7월에는 상승세가 둔화됐다. 또한 수요처의 재고 증가 영향과 코로나19의 재확산 등 시장 상황 변동으로 인해 생산 발주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지난 7월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2,89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6월의 경우 4,001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9,065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다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에 하반기 반도체주가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9.6% 증가한 55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반도체가 110억달러 수출돼 3개월 연속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달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알려진 2018년 7월(104억달러) 실적을 앞지르며 역대 7월 중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지난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62% 오른 3,377.49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분기 매출이 인텔을 제쳤다는 소식도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197억달러로 인텔의 전체 매출액 196억달러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이 반도체 분기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던 지난 2017년과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개장 직후 현재까지 제이피모건 등 외국계 창구에서 총 220만주 넘게 순매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맥쿼리증권, 모건스탠리가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초부터 전망했던 반도체주의 반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요 급감 또는 공급 급증 시그널이 아직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일시적이라면 전방업체들의 재고 소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업체들의 재고가 타이트하고 서버 수요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승 사이클의 방향성은 여전하다. 전방 재고가 소화될 시간이 지나면 고점 논쟁은 약화할 전망"이라며 "우려는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귀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0%대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들 업종이 사실상 한국 증시 자체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향후 매크로 불확실성 완화 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