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LG화학이 미국 현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LG화학-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소송전에 관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장승세 LG화학 (KS:051910)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에 '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트럼프는 한국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장 전무의 기고문은 지난 14일자 WSJ에 실린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4월 ITC에 제소했다.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면 SK는 배터리 셀, 모듈, 팩 등 관련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조지아주에 3조원을 들여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게 된다.
홀맨 젠킨스 칼럼니스트는 ‘SK-LG 배터리 소송 미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지난 14일자 기사에서 "‘SK-LG 배터리 소송’은 조지아주에서 반드시 승리를 얻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와일드 카드가 될 수도 있다"며 "(만약 SK가 패소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테네시주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의 표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내용이 골자다.
장 전무는 젠킨스의 기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지켜온 무역정책의 원칙을 포기하고 외국의 지적재산권 약탈범을 보호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조지아에서 불법 한국 노동자를 채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SK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할 만할 기업이 아니며, 도움을 줄 만할 자격이 있는 회사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지식재산을 약탈한 기업이 약속하는 일자리는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젠킨스 칼럼니스트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ITC가 지난 27일 최종 판단을 오는 12월 10일로 6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미국 대선(11월3일) 이후로 최종 판단이 넘어가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희박해 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특히 최근에는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ITC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ITC의 발표 이후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장 전무가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면서 양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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