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부자로 '주식투자 전설' 워런버핏의 유명한 투자규칙 2가지. "첫째 절대 돈을 잃지 마라.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마라." 최근엔 이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첫째 절대 국내 주식을 사지 마라.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잊지 마라"는 버전으로 공공연히 회자된다고…
한국 주식시장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국내 증시는 내년 1월20일(현지시각)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장주 삼성전자와 동반 추락하고 있다. 한치 앞도 알수 없다. 외국인과 기관이 손 털고 나간 시장에서 개미들만 손실을 떠안아 "다음날 아침이 두렵다"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국내 증시는 지난 14일(종가기준) 급락세는 멈췄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다. 코스피는 강보합으로 마쳤고 코스닥은 다시 1% 이상 빠졌다.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중심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한국 수출 악화 전망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환율로 인한 수급 부담 전망 등에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 지지부진한 쇄신안 등으로 인한 약세 분석까지 악재가 너무 많다. 더 심각한 건 단순히 지난 13일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져서가 아니다. 올 8월5일 블랙먼데이가 일시적인 주가 급락이었다면 최근 주가 약세가 복합악재로 인한 추세라는 분석이 우세해서다.
주도주였던 삼성전자도 심상치 않다.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더니 전날 결국 4만전자로 내려 앉았다. 트럼프 집권 전까지는 반등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개미의 국내 증시 외면도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말뿐이고 그래서 국내 주식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혹시나 하고 버티던 투자자들이 "역시나"하며 속속 떠나며 신뢰를 잃었다. "'국내 부동산 불패는 여전한데 국내 주식은 필패'라는 말에 회의감까지 든다(자산운용사 대표)"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증시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의 해외 증시 투자도 늘었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국내 증시의 수익률을 압도하는 미국 주식이 대표적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결제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역대최대 규모(1025억달러)다. 그 사이 국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49조9023억원)은 올초보다 9조5926억원(16%)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14일에야 부랴부랴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를 열어 증시대책을 의제로 다뤘다. 증시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투자심리 안정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만 고심하는 분위기다.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수위를 조절할 뿐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여러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입장만 되풀이 한다.
정부가 올 초부터 시행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밸류업 계획 공시 기업이 현재까지 44개로 전체 상장기업(2600여개)의 2%도 안될 정도로 저조한 것도 문제다. 극소수 특정 기업으로만 밸류업이 가능하냐는 얘기다.
주무부처가 세제(기획재정부), 상법 개정(법무부), 자본시장(금융위원회) 등으로 다른데 일본(총리 직속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과 달리 이를 통합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 빠르고 집요하고 치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당국자들은 주식시장 개미들의 절규를 알긴 아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