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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분위기... 합병 시도하는 두산 '첩첩산중'

입력: 2024- 08- 09- 오전 12:31
© Reuters.  심상치 않은 분위기... 합병 시도하는 두산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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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두산타워. 사진 = 두산그룹.

금융당국의 요구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두산이 합병 비율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액주주의 원성과 금융당국의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실제 합병이 성사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산 넘어 산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로보틱스 (KS:454910)는 금융당국에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과 관련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불만이 나온 합병 비율은 바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두산 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바꾼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산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로 ‘1:0.63’을 제시했고, 소액주주는 이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은 중장비 회사로 매년 영업이익만 1조원을 벌어들이는 알짜회사며,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과 주식을 1 대 0.63의 비율로 교환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게 소액주주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 공정한 합병 가액 산정 책임을 요구하는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할 정도로 소액주주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두산이 원안 그대로 합병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향후 소액주주의 원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액주주의 불만이 심한 상황에서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이란 두 개의 산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선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고,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두산이 정한 상한보다 낮아야 한다. 

주주총회에서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분할합병은 승인되기 위해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수 3분의 1 이상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 3월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 중 63.4%를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고, 6.78%를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최악의 경우 국민연금이 기권하고, 소액주주 전원이 결집해 반대할 경우 주총 통과가 무산될 수 있다. 

두산밥캣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46.06% 소유하고 있어 보다 상황이 나으나, 외국인 투자자가 약 39%, 국민연금이 7% 정도를 보유 중이라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또 주총이 통과가 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에서 막힐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분할 등 주총 특별결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에서 보장한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각각 6000억원, 1조5000억원, 5000억원이다. 실제 청구권 행사 규모가 이를 넘어설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8월 7일 종가 기준 두산이 합병방안을 발표한 7월 11일부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가는 22.9%, 30%씩 하락했고, 이로 인해 주식매수 예정 가격인 2만890원, 5만459원 밑으로 주가가 떨어진 상황이다. 주식매수 예정가격 아래로 떨어진 주가에 매수청구 규모가 두산이 정해놓은 한도를 뛰어넘을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될 수 있다. 

해명 나선 3사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사진=두산밥캣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했다는 시장 일각의 오해를 풀기 위해 두산 대표들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지난 4일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이 각사 홈페이지에 일제히 게시됐다. 

3사 대표들은 사업구조 개편안을 두고 불거진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관해 설명이 부족했다고 사과하는 동시에 회사 발전을 위해 분할 및 합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캇 박 대표는 두산밥캣의 주력 사업인 건설, 조경, 농업, 물류 분야의 소형 장비 사업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경쟁사들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로봇화 관련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무인화/자동화 관점에서 당사와 동일한 기술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을 통해 두산밥캣 제품의 로봇화를 가속화하여 산업용 자동/무인 장비시장에서도 지속적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을 통해 양사의 투자 과정을 일원화하여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해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교환비율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는 시가이다. 그리고 이 시가는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회사가치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근거로 상당기간 동안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가액이다”며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도 상장법인 간의 포괄적인주식교환(합병 포함)시,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서두르지 않을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윤주혜 기자

그러나 대표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최종 합병 성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늘 두산그룹을 겨냥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신고서) 요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초 제출받은 (두산로보틱스) 증권신고서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 즉 구조 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 주주들의 다양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기재돼있는지를 서두르지 않고 보겠다는 게 우리(금감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의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소액주주 보호 실패 사례, 혹은 실패 사례로 오인받을 수 있는 경우들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제도 개선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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