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로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나 오젬픽을 복용한 이들이 시력을 갑자기 잃는 희소 안질환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안과·이비인후과 전문병원 소속 의사들이 작년 여름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 환자가 이례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한 약국 앞에 뱃살약이 입고됐다는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는 입간판이 놓여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이 질환은 시신경에 피가 돌지 않아 실명에 이르게 해 ‘눈의 뇌졸중’이라고 불린다. 녹내장 다음으로 많은 시신경 실명 요인이기도 하다.
발병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최대 10명으로 낮다. 당시 의사들은 일주일 새 환자를 3명이나 발견했고 이들은 모두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약물을 사용했단 공통점이 있었다.
이 약물은 당뇨·비만약인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요 성분이다. 인슐린 분비 촉진과 식욕 억제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GLP-1)을 모방한 물질(유사체)이다.
지난 6년간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뇨 환자가 이 약물을 처방받으면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4배 높았다. 특히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환자는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 위험은 이 약물을 처방을 받은 첫 해에 가장 높았다. 이런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 협회 저널-안과학’에 발표됐다.
다만 전문가들이 이 희귀 안질환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당뇨나 비만 치료를 위한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을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두 비만약을 생산하는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이번 연구가 세마글루타이드와 이 질환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진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