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한 때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넘어서면서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원 환율은 860원까지 내렸고 외환당국이 엔화 약세 방어를 위해 부랴부랴 시장 개입에 나서자 엔/원 환율은 880원대룰 회복했다.
올 1월 엔/달러는 140엔대에서 움직였으나 환율은 고공 행진하며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휴일에 아시아 시장에서 엔화가 거래됐는데, 거래량이 적은 상황에서도 엔화를 파는 흐름이 빨라졌다"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의 우에다 총재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은 없다"라고 언급한 게 급격한 엔저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로 외환 시장에 받아들여졌고 이는 엔저와 달러 강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5~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발표 전 155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사흘 만에 160엔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관심은 일본 금융당국과 일본은행의 발언이다. 일본 언론들은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기록했을 때 일본 당국의 개입을 예상했으나 구두 개입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1달러가 165엔에 달하는 엔저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꾼의 엔 매월액(순매수·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상태)은 23일 현재 2조2500억엔으로 2007년 6월의 정점(2조3500억엔) 수준에 육박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전망에 투기꾼들이 적극적인 엔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외환증거금(FX) 거래 등을 다루는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일부 투기세력은 '개입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구체적인 멘트는 없었지만 실개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