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월급쟁이도 퇴직연금만으로 250만달러 자산을 가진 백만장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살이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쉽지 않지만 퇴직금만이라도 자산운용을 잘하면 지금부터 아메리칸드림을 충분히 이룰 수 있어요."
이병선 모건스탠리 퇴직연금 사업부 이사(VP)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있어선 해결사로 통한다. 복잡다단한 퇴직연금 업무를 초기 단계 컨설팅부터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처방안까지 마련해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한국인 전문가여서다. 이 이사는 지난 2018년 파이낸셜타임즈(FT)가 뽑은 '은퇴자산관리자 톱 401인'에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선정된 인물이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인 401K 적립금 규모는 2023년 기준 7조 달러를 넘어섰다. 한화로는 9700조원(환율 1390원대 기준)이 넘는 규모다. 톱 매니저의 경우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한 사람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연금 수익자들은 주식투자를 꺼리지 않는다. 미국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한해에 증시로 유입되는 연금 자산은 평균 4000억달러(550조원)에 달한다. 톱 401인 선정은 확정기여형(DC) 은퇴자금 운용자산 규모가 7500만달러 이상인 자산관리가 중 실적과 전문성, 경험을 고려해 이뤄지기 때문에 명단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이병선 이사는 "촌놈이라서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학자와 교수가 되는 걸 제 길로 여겼는데 미국에 와서 보니 이들의 삶이 왜 윤택한지, 자본시장이 어떻게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지 현지에서 공부를 하며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자로 이름을 떨치는 것도 좋지만 은퇴자들의 노후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이 직업이 보람되고 최근엔 한국기업들을 도울 기회가 많아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친 이 이사의 첫 직장은 메릴린치였다. 10년간 메릴 퇴직연금 부서에서 기본을 익히고 5개가 넘는 자격증을 땄다. RM(고객 매니저)이라고 해서 영업에만 신경쓰면서 실무와 난제 해법을 실무팀에 떠넘길 경우 퇴직연금 운용의 특성상 반드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병선 이사는 "퇴직연금 영업은 초반엔 윤용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지만 고객들과 신뢰가 쌓이고 자산이 불어나기 시작하면 고객과 운용사가 모두 승자가 되는 대기만성형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중 분쟁 심화와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기화로 한국 기업들이 조지아, 애리조나, 텍사스, 앨러배마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퇴직연금 운용 수요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10년간 메릴린치에서 일했던 이 이사는 지난 2018년 8월 모건스탠리로 자리를 옮겨 저변을 넓혔다. 투자은행이던 메릴린치가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NYSE:BAC)(BOA)와 회사를 합병하면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가 은행의 운용규제를 만났다고 느낀 것이다. 다행히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이병선 이사는 "미국이 은퇴자 천국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실제로 퇴직연금의 주식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한 간접 운용으로 퇴직금을 30년 정도에 200만달러 안팎으로 불린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에 42% 이상을 투자하는 401K의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8% 안팎이어서 주가가 하락할수록 오히려 주식형 펀드나 TDF(생애주기별 투자자산 비중 조절 펀드)에 운용을 맡기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