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등의 혐의와 관련해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과 법리판단 등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 아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는 과정에서 회계부정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관계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회장을 비롯해 함께 기소된 관계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 경영권 강화 및 삼성 승계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적 목적이 존재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1심 판결을 불복하면서 이 회장은 2심을 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꾸준히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장기간 해외 출장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출국해 중동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삼성SDI 말레이시아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을 살폈다. 2심이 본격화되면 이 같은 해외 출장이 반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이 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 100여 차례 재판 중 96번 출석했다. 정부나 대통령이 주관한 주요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의 대규모 M&A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는 2017년 오디오·전장 회사 하만을 인수한 후 이렇다 할 M&A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이 꾸준히 M&A 가능성을 언급해 왔으나 이 회장 재판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심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경영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