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호텔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사업 계획으로 '아이 엠 파인 큐'(I AM Fine Q!)라고 적은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여기서 에이(A)는 오토모티브(Automotive)로, 전장을 뜻한다. 출처=연합뉴스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OLED 시장에서 한 때 60%가 넘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45%까지 떨어졌다.
이는 BOE, China Star, Visionox 등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OLED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년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패널 시장에서 BOE에게 1위 자리까지 내주면서 위기감이 돌고 있다.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점유율은 36%로, 2021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시장조사업체 DSCC가 밝혔다.
반면 BOE 점유율은 42%로 전 분기 16%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BOE가 납품하는 화웨이, 아너,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폴더블폰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전장(전기/전자 장비)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전날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삼성전자 (KS:005930) 서초사옥을 찾아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면담했다.
GM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차량용 OLED를 공급받고 있으나,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 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 이번 만남은 GM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접촉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차량용 디스플레이·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등 전장 분야에서 글로벌 완성차 큰 손인 GM과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본사 6층을 대규모 최첨단 전시관으로 개조하며 공을 들인 만큼 대규모 수주 등이 기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간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밸류체인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에서 운행정보와 오락 콘텐츠를 전달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차량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규모는 2022년 88억6000만달러에서 2027년 126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 기업을 따돌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연내 XR(확장현실)기기 출시를 예고하면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oS·올레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애플의 XR기기인 ‘비전 프로’가 예상외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XR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관련 디스플레이 시장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장기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삼원색(RGB) 방식의 올레도스는 일본 소니가 선점한 화이트(W) 방식의 올레도스보다 디스플레이 휘도(화면 밝기)가 3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XR기기 특성상 이질감 없는 콘텐츠를 누리기 위해 휘도가 중요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는 RGB 올레도스를 상용화해 업계 선두로 나설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 속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XR기기용 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