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미국/북중남미] 미국 오피스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겪는 와중에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탈한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부동산을 가치투자자 이안 제이콥스가 사들이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12일 보도했다.
47세의 제이콥스는 1970년대 파산 직전의 뉴욕에서 부동산을 사 큰 돈을 번 토론토의 부동산 재벌 가문인 라이히만의 일원이다. 그는 한때 워런 버핏 밑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사업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그가 지난 한 해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건물 매입을 위해 부유한 가족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지역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며 시내 사무실 공간 수요가 급감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붕괴의 진원지가 됐다. 올해는 전국의 오피스 시장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일부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의 공실이 증가하며 더 많은 기업이 떠나는 ‘둠루프(악순환)’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이콥스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마케팅 자료에 따르면 그는 건설 비용보다 약 70% 낮은 가격으로 28만 제곱미터 크기의 사무실 공간을 매입하려 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빌딩 매매가를 고려하면 이는 6억~9억 달러(8천억원~1조2천억원)가 들 수 있다.
라이히만 가문은 1977년 뉴욕이 범죄와 기업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이 지역의 빌딩 8개를 매입했고, 5년 후 월스트리트가 부활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이 건물들의 가치는 10배로 급증했다. 이 투자는 ‘프로젝트 유리스’라고 불렸는데 제이콥스의 샌프란시스코 투자 계획도 이를 본 따 ‘프로젝트 유리스’라고 이름 붙였다.
과거 제이콥스는 학업을 마치고 뉴욕으로 이주해 골드만삭스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한 후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가치 투자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2002년 여름부터 재무 분석 업무를 맡았다. 2009년에는 자기 투자회사를 설립하고자 버크셔 해서웨이를 떠났다.
제이콥스는 마케팅 자료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시장이 회복하는데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기술 기업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싸게 사서 보유하는 것이 이 투자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의 고문을 맡고 있는 맥스 래스킨은 “그가 부동산에 가치 투자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금리가 올라 모기지 비용이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었지만, 많은 이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된다면 펀드매니저와 기관투자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수도 있다.
다만 제이콥스는 샌프란시스코의 건물을 싸게 사려는 부유한 현지인들과 경쟁하는 외부인 입장이라, 부동산 몇 개에 입찰했지만 거래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일부 소식통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