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1월26일 (로이터) - 미국 달러가 23일(현지시간)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지수는 1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가가 급락해 글로벌 성장세 둔화를 시사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달러와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이라 평가받는 일본 엔과 스위스 프랑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가 급락은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를 불러일으켰다.
스코샤뱅크의 션 오스본 수석 외환 전략가는 "지난주 내내 위험회피 심리가 주요 동인으로 작용했다. 유가가 시장심리를 좌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내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에도, 지난주 달러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3% 오른 96.959를 기록했다. 지난 6거래일 동안 달러지수는 5차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단기 전망은 약간 약세로 기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인데다, 연준 정책위원들이 경제상황을 두고 조심스러운 어조의 발언을 내놓은 영향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긴축 사이클의 끝에 가까워졌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수석 외환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 자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는 계속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 관련 유동성이 크다는 점, 미국 국채에 실질적인 디폴트 위험은 없다는 점,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 등을 고려할 때, 달러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로 가치는 장중 일주일래 최저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유로존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브렉시트 협상과 이탈리아 예산안 등을 둘러싼 우려가 유로 가치를 압박했다.
이날 발표된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이달 유로존 기업들의 성장세는 시장 예상보다도 더 둔화한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해 이날 발표한 11월 중 독일의 종합 PMI 잠정치는 52.2로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유로/달러는 0.7% 내린 1.1329달러에 거래됐다.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유가 하락이 글로벌 성장세 둔화를 시사한다는 우려가 커진 여파다.
달러/엔은 0.1% 하락한 112.86엔을 나타냈다. 유로/엔은 0.7% 내린 127.86엔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의 위험선호심리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호주 달러/달러는 0.4% 하락한 0.7225달러에 거래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가 시작하기 전까지 호주 달러의 가치는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