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통해 탈ARM 및 단독 생태계 구축에 대해서도 다양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누비아 출신 제럴드 윌리엄스 퀄컴 (NASDAQ:QCOM) 수석 부사장이 스냅드래곤 서밋 2022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스냅드래곤X, 등장
퀄컴은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통해 PC용 스냅드래곤X에 대한 자세한 스펙도 공개할 전망이다. 2024년 출시 예정이며 2021년 인수한 누비아 IP 기반으로 만든 커스텀 CPU인 오라이온이 핵심이다.
미구엘 누네스 퀄컴 제품담당 부사장은 스냅드래곤 서밋 2021 현장에서 PC용 시장을 언급하며 누비아 역할론을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누비아의 중저가 컴퓨트 활용에도 선을 그으면서도 "누비아가 설계한 CPU는 XR이나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발언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누비아 IP를 기반으로 ACPC의 판을 흔들 것이라 공언한 이후 나온 발언이라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스냅드래곤 서밋 2022에서 오라이언이 전격 발표됐다. 누비아 출신 제럴드 윌리엄스 퀄컴 수석 부사장은 서밋을 통해 "2023년 출시할 CPU는 오라이온"이라며 "모바일 및 XR, 컴퓨팅 등 다양한 작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 결실이 스냅드래곤X로 이어지는 셈이다. 2018년 12월 6일 스냅드래곤8cx 1세대를 선보인 뒤 2020년 9월 2세대 출시, 2021년 12월 3세대를 출시한 PC용 라인업의 후속은 스냅드래곤X가 이어받을 전망이다.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용 'A 시리즈' 칩을 설계하면서 주목받았던 애플 (NASDAQ:AAPL) 핵심 엔지니어들이 설립했다는 점에서 애플 M 시리즈와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일단은 PC에 국한된 전략으로 오라이언의 가능성을 집중시켜 판을 흔든다는 설명이다.
스냅드래곤X. 사진=퀄컴
Arm (NASDAQ:ARM)과의 신경전
퀄컴의 스냅드래곤X는 PC 전략의 중요한 변수는 ARM이다.
ARM은 2022년 8월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상대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을 걸었다. 누비아가 퀄컴에 인수되어 큰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ARM 승인 없이는 퀄컴에 인수된 누비아가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골자다. 여세를 몰아 ARM은 2024년부터 퀄컴을 포함한 팹리스에 설계 IP 라이선스를 부여하지 않는 한편 라이선스 활용 기준을 강화하는 초강수를 뒀다.
ARM에서 벗어나 단독 생태계를 그리려는 퀄컴의 행보에 일종의 제동을 거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퀄컴의 탈ARM 전략이 빨라지는 대목이 흥미롭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서밋 2023 직전인 18일 구글의 웨어 OS(Wear OS)에 탑재될 RISC-V 기반 웨어러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디노 베키스(Dino Bekis) 퀄컴 부사장 겸 웨어러블 및 혼합신호 솔루션 부문 본부장은 “퀄컴은 웨어 OS의 주요 반도체 공급자로서 RISC-V를 활용해 스냅드래곤 웨어 플랫폼을 확장하게 되어 기쁘다. 퀄컴의 혁신적인 스냅드래곤 웨어 플랫폼은 웨어 OS 생태계의 빠른 발전과 신규 디바이스 출시의 효율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RISC-V는 탈 ARM의 상징이자 반대편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퀄컴이 스냅드래곤X를 통해 자체 PC 전략을 키우면서 ARM과 분쟁을 벌이면서, 구글과 협력해 ARM 입장에서는 '적그리스도'에 가까운 RISC-V를 키우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퀄컴
물론 RISC-V 상용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번 협력도 스마트워치에 국한된 지엽적인 장면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몇몇 빅테크를 중심으로 RISC-V의 극적인 활용 사례가 나오는 것은 심상치않다.
퀄컴 입장에서는 해볼만한 일인 셈이다.
퀄컴은 구글 및 삼성전자와 함께 RISC-V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라이즈(RISE)에 참여하는 한편 오래전부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다. 메타버스와 AI처럼 오랫동안 탈ARM의 개념을 가진 RISC-V에 주목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냅드래곤X의 등장과 구글과의 협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업계가 스냅드래곤8 3세대 공개만큼이나 서밋 현장에서 나올 퀄컴의 추가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