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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격…TSMC 잡을 '비밀병기' 키운다

입력: 2023- 02- 18- 오전 03:22
© Reuters 삼성전자의 반격…TSMC 잡을 '비밀병기'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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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선두 업체인 대만 TSMC를 추격할 핵심 열쇠로 디자인하우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디자인하우스 대만글로벌유니언칩(GUC)을 비롯해 235개 기업을 앞세운 대만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9개사가 경쟁적으로 전문인력 확보전에 나섰다. 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연내에 10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가온칩스는 50명 이상, 세미파이브와 코아시아도 50여 명을 뽑을 방침이다. 이들 업체는 연내에 인력을 기존 대비 30%가량 늘릴 계획이다. 주요 업체의 채용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국내 디자인하우스 인력 규모는 1500명 수준에서 2000명 안팎으로 늘어난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가 만든 설계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제작하는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각종 기술을 지원하는 기업을 총칭하는 용어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보편화하면서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연결하는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통상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의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프로젝트당 100여 명의 숙련된 설계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김성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챗GPT 출현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부각되면서 디자인하우스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반도체 생태계 핵심 된 '디자인하우스' 인력 확보전

몸값 뛰는 디자인하우스…몸집 키우는 국내기업들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작성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파운드리가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는 기업을 뜻한다. 의상 디자이너(팹리스)가 드로잉(설계도)을 마치면 디자인하우스가 옷을 생산하기 위한 옷감 구입 및 마감 과정을 최적화하고 재봉소(파운드리)는 이에 맞춰 옷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데 비유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시스템반도체)이 쏟아지는 추세여서 대형 재봉소(TSMC, 삼성전자 (KS:005930))일수록 처리할 일감은 많고 작업은 세분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늘어난 것이다.○‘초미세 공정 수혜자’ 디자인하우스과거에는 약간의 훈련만 거치면 설계 엔지니어가 디자인하우스 작업에 곧바로 투입될 정도로 반도체 공정 난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AI나 에이직(주문형 반도체, ASIC) 같은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종사자에게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이 요구되고 있다.

대형 파운드리일수록 미세 공정이 많아 단순히 설계 변환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설계자산(IP)을 자체 개발하고, 수많은 공정을 팹리스에 이해시키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는 ‘가교’로서 디자인하우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는 “하이엔드 공정에 대한 개발 난도가 높아지면서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 사이에서 서로 다른 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디자인하우스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한 디자인하우스가 TSMC와 삼성전자에서 동시에 물량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TSMC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삼성은 ‘삼성 생태계’, 중국 SMIC는 ‘SMIC 생태계’를 구축해 놓고 단방향으로만 거래하는 게 관례”라고 전했다.○TSMC ‘좇는’ 삼성 생태계TSMC는 일찍부터 오픈이노베이션플랫폼(OIP)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디자인하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가치사슬협력자(VCA)란 전문 디자인하우스그룹을 만들어 소속 8개 기업에 팹리스가 주문한 설계도를 맡겨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VCA는 TSMC의 최신 공정 정보를 받아 각종 검사를 거쳐 설계 오류를 최소화하고 공정 시간을 단축한다. VCA에 소속된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에이직랜드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TSMC를 벤치마킹해 세이프(SAFE: 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중 몇몇 업체를 모아 TSMC의 VCA와 같은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그룹을 결성했다. 2021년 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 가온칩스, 하나텍, 알파홀딩스, 아르고, 세솔반도체 등 총 13개 DSP 업체를 확보했다. 이후 업체 간 인수합병(M&A) 끝에 지난해 에이디테크놀로지, 세미파이브, 코아시아, 가온칩스 등 총 9개 DSP 업체로 정리됐다.

DSP 기업들이 공격적인 채용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VCA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고급 인력을 다 모아야 VCA의 가장 큰 업체인 대만 글로벌유니칩(GUC)과 알칩(Alchip)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애플 (NASDAQ:AAPL), 테슬라 (NASDAQ:TSLA), 구글, 아마존 (NASDAQ:AMZN) 등에서 자체 칩 개발 수요가 늘고 챗GPT로 인한 AI반도체가 확산하면서 디자인하우스의 위상은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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